◆ 금융 보신주의를 깨자 ◆
매출채권보험에 가입할 때도 혼란이 있었다. 이 사장이 제출한 최근 1년 매출 내용을 보던 신보 직원은 거래 기업 중 영세기업과 거래한 내용은 보장에서 제외했다. 대기업ㆍ중견기업 등 우량 기업들과 거래한 매출채권만 보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매출채권보험은 중소기업이 외상 거래 시 발생하는 리스크를 정부가 막아 주는 정책보험의 일종이다. 납품을 하고도 거래 기업이 망해 대금을 받지 못하면 연쇄 도산을 겪는 중소기업 현실을 막고자 2004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정부가 기업에 대해 리스크를 막아준다는 의미에서 선진국형 기업보험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일부 중소기업들은 보장 범위가 제한돼 혜택을 받지 못한다. 매출채권마다 어떤 기업과 거래했는지에 따라 보장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24일 신용보증기금 '매출채권보험 거래 기업 현황'을 살펴보면 연간 매출액 500억원 이상인 물품 구매 기업이 50.1%(인수총액 기준)에 달했다. 이에 비해 50억원 미만인 기업은 15.3%에 그쳤다. 이런 현상은 신보가 매출채권 중 거래 기업 매출이 클 때 보장하는 등 안정적인 거래 채권 위주로 보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거래 기업 업력(사업 운영 기간)에서도 이런 현상은 드러난다. 지난해 매출채권보험 거래 기업 사업 운영 기간을 보면 10년 이상이 75.9%인 데 비해 3년 미만 기업은 3.8%에 불과했다.
물론 매출채권보험이 모든 기업과 거래한 매출채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거래 기업 신용 상태가 불량하거나 정부ㆍ공공기관ㆍ금융회사 등이라면 제한을 둘 수 있다. 하지만 기준 외에 단순히 업력이 짧거나 매출이 적다는 이유로 보장에 제한을 둘 수 없게 돼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보험으로서 영세 기업의 위험 분담을 회피하는 것은 공공성이라는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고 전했다. 신보는 가입 기업의 매출채권 관리 능력, 거래 기업 신용도 등을 따져 예상 매출총액 대비 0.1~5%까지 보험요율을 책정한다. 신보는 이 상품 가입을 창구에서부터 걸러내는 이유에 대해 '높은 손해율'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작년 매출채권보험 손해율은 221%였다.
'꺾기' 관행이 만연하자 이 제도 시행 부처인 중소기업청은 지난 3월
중기청 관계자는 "보증서 발급 전후 1개월 동안 보험에 가입한 경우는 꺾기로 분류해 제재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꺾기' 폐해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1개월 규정'을 피해 가입을 반강요하는 사례가 창구에선 나타나고 있다고 중소기업들이 입을 모은다.
[김효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