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채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일본식 장기불황에 대한 우려가 유로존에 드리우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움직여야 한다는 압박이 점차 커지고 있다.
2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로존 주요 국가들 국채 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1% 아래에서 거래돼 22일 오전 11시 기준(한국시간) 0.991%에 거래됐다. 스페인 10년물 국채금리는 2.395%에 거래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2.41%)보다도 낮았다.
시장에서는 유럽은행들이 국채를 사들이는 것이 금리 하락의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FT 분석에 따르면 스페인과 이탈리아 은행들은 전체 자산 중 10%가 국채로 구성돼 있다. 은행들이 이처럼 국채를 사들인 것은 유로존 경기 침체와 연결된다. ECB가 양적완화로 풀어놓은 돈을 은행들이 민간부문 대출에 사용하지 않고 채권을 사들이는 데 사용한 것이다. 이는 실제 대출 수요가 많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21일 발표된 마킷 유로존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는 7월 53.8에서 8월 52.8로 떨어졌다. 이 같은 경기침체는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일본을 떠오르게 한다. 특히 2011년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유럽 모습을 보면 그렇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최근 독일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유럽이 일본의 길을 가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말하겠다"면서 "현재 유럽 여러 국가들에서 벌어지는
시장에서는 ECB의 양적완화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지난 6월 기준금리를 낮춘 ECB는 올해 내로는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CB는 10월에 나오는 유럽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일단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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