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주력사 가치를 높이는 방편으로 알짜 자회사와 합병하거나 사업성에 따라 분리시키자 투자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신규 사업 등 확장으로 파이를 키워온 내수ㆍ유통주가 장기화된 침체 파고를 넘기 위해 이제는 내실을 강화하고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일 섬유업체 경방은 100% 자회사 경방유통을 흡수합병한다고 밝혔다. 경방유통은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용지 경방필백화점을 보유하고 있다. 경방은 타임스퀘어와 메리어트호텔을 임대해 수익을 거두는 구조다. 경방의 최근 영업이익은 유통사업에서 80% 가까이 창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합병에 대해 경방 측은 "경영효율성 증대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시장 경쟁력과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유통업의 전반적 부진에 지쳐 있던 투자자들에게 희소식으로 전해졌다. 합병 발표 당일인 지난 1일 12만4000원이었던 경방 주가는 20일 만에 27.4% 급등한 15만8000원을 기록했다.
설탕ㆍ밀가루 제품이 주력인 삼양사는 합병과 분할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경쟁력을 높인 경우다. 삼양사는 지난 13일 삼양홀딩스 100% 자회사인 밀가루 제분ㆍ판매업체 삼양밀맥스를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삼양밀맥스는 지난해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 1377억원, 57억원으로 견실한 업체다. 삼양사 측은 "양사의 관리 중복과 인력 배치 경직성을 제거해 효율적 자원배분을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삼양홀딩스의 삼양사 지분율이 64.19%에서 71.18%로 올라가게 돼 지배구조를 강화한 측면도 있었다.
대신 삼양사는 용기ㆍ사업부문을 떼내 삼양패키징을 만들기로 했다. 경방과 마찬가지로 시장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발표 당일 상한가로 치솟은 데 이어 최근 일주일 사이 주가가 무려 30.2% 뛰었다.
음식료업체 신세계푸드도 맥주 사업 진출 발표 이후 지난달 11일 조회공시를 통해 데이앤데이 등 프랜차이즈를 주력으로 하는 계열사 신세계SVN을 합병한다고 밝혔다. 신세계SVN은 신세계조선호텔이 지분 75%를 갖고 있었다.
지난 18일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돼 주가가 다시 한번 상승했다. 지난달 11일 이후 상승률은 30.9%에 이른다. 신세계푸드와 신세계SVN이 상반기 영업이익을 각각 29억원씩 올린 점도 상장사 신세계푸드에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 근거가 됐다.
올 들어 국내 유통주는 내수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 우려로 투자가 기피돼왔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여파도 오래 갔다. 중국인들이 몰리는 면세점 관련 종목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모멘텀이 없었다. 경방과 삼양사, 신세계푸드 모두 상반기 주가가 지지부진했던 이유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6월 13일 장중 3년래 가장 낮은 주가(6만3500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팀장은 "유통업체별로 과거 확장과정에서 생겨난 자회사를 정리하거나 수직계열화를 위해 조직 통합 필요성이 커진 것"이라면서 "통합 시너지 효과에 투자자들이 주목했다고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앞선 경우와 반대로 SPC그룹 내 주력 계열사인 제과업체 삼립식품은 사업부 분할로 자회사 규모를 키운 게 주가 상승 촉매제가 됐다. 삼립식품은 식자재 유통사업 부문 확대를 위해 지난 7월 15일 지분 100%를 갖는 삼립GFS를 설립했다.
기존 삼립식품 물량 외에 SPC그룹 내 식자재 유통도 맡으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삼립식품 연결 매출과 영업이익이 확대되는 호재라
이선경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식자재 유통 부문 확대로 식품 자회사 매출 확대도 가능하게 됐다"면서 "향후 새로운 생산설비 투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윤재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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