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8월 07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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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사옥 등을 매각해 900억원 이상 자금을 수혈한 한국화장품의 '고난'이 계속될 전망이다. 회사 사활을 걸고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신사업이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칠 상황이기 때문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화장품이 지난달 보유자산 매각을 통해 수혈받는 자금은 모두 894억원이다. 지난달 25일 서울시 종로구 서린동 본사 사옥 토지 및 건물을 재단법인 관정이종환교육재단에 837억원에 팔았으며 대구시 동인동에 위치한 지점 사옥도 개인에게 57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자산 두 곳은 한국화장품이 국내에 보유한 생산설비시설부지 6곳 중 규모 1, 2위(장부가액 기준)에 해당한다. 재무구조 개선 및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사실상 돈이 되는 자산을 모두 매각한 셈이다.
노른자위 땅을 팔아 남긴 돈은 대부분 자회사 '더샘인터내셔날(이하 더샘)'의 재무구조 개선 및 운영자금으로 투입될 전망이다.
더샘은 지난 2010년 한국화장품이 기존 방식을 탈피하고 매장 중심의 중저가 화장품 시장 및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만든 브랜드샵 형태의 자회사다.
문제는 한국화장품이 명운을 건 더샘의 실적 개선 여부다. 더샘은 2010년 출범 이후 4년간 매년 100억원 이상 영업손실을 내고 있으며 이 기간 누적 순손실은 600억원에 달한다. 후발주자로 시장에 자리잡기 위해 런칭 이후 연평균 300억원 이상의 판관비를 매년 지출하고 있으나 매출 성장세는 지난 2012년(332억원)부터 정체됐다. 4년간 차입금과 유상증자 출자를 통해 투자를 했지만 '밑빠진 독에 물 붓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더샘의 손실은 고스란히 한국화장품의 재무 악화로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화장품은 지속적으로 자금을 투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매출의 93%를 차지하는 화장품 판매업 외에는 장기간 사업 부진을 만회할 만한 보조사업이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저가 화장품 시장은 이미 시장 선점업체들의 '규모의 경제' 경쟁에 돌입했다"며 "한국화장품이 자산까지 팔아가며 더샘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나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한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투자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한국화장품은 올해 초 김중천 전 토니모리 대표를 더샘 대표로 앉히고 국내 면세점(13개) 및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더샘의 국내 매장 수는 100여개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한국화장품은 마땅한 히트 상품이 없는데다 규모 면에서도 매장 수만 600여개를 웃도는 선두권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며 "올해에도 더샘의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코리아나화장품처럼 새로운 생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했다.
코리아나화장품은 2009년부터 이어진 실적 악화에도 뚜렷한 대응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지난해 지분매각을 시도한 바 있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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