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은 왜 생기는가?
요즘 경기 활성화를 위해 LTV와 DTI의 한도를 늘리겠다는 정부 발표로 찬반 양론이 갈려 떠들썩하다.
올바른 방향이라고 주장하는 측의 논리는 고금리 대출 부담을 저금리 대출로 갈아탐으로써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고 부동산 등의 거래를 활성화하여 내수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쪽 주장은 그렇지 않아도 과도한 가계 부채를 늘리기만 할 뿐 별다른 경기 부양책이 되지도 않는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빚이 전혀 없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강 건너 불구경’인 셈이지만 고금리 대출로 힘들어하는 많은 가정은 그야말로 단비일 수도 있다. 이렇듯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주장의 논리가 달라진다.
2013년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가구당 보유자산은 3억 2,557만 원이며, 부채는 5,818만 원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금융자산 비중이 26.7%이고, 실물자산 비중은 73.3%이다. 금융부채 중 담보대출은 37.5%, 신용대출은 25.1% 이다.부채를 보유한 가구 중 원리금상환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한 가구는 70.2%로 전년에 비해 2% 증가했다.
상당한 가정이 부채를 상환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가처분 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도 108.8%(1년간 버는 가처분 소득의 크기와 금융부채의 크기 비율)로 전년에 비해 2.8% 증가했다.조사 결과의 방향은 전체적으로 가계의 재무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누군들 빚을 지고 싶어서 빚을 질까?
사업이 생각한 대로 되지 않거나, 가족 중 누군가가 아파서 치료를 할 수 밖에 없을 수도 있고, 갑작스럽게 직장을 잃게 되면서 생활비가 없어 빚을 졌을 수도 있다. 소박하게 내 집 장만하겠다고 대출을 받았더니 집값이 하락하면서 부채가 늘어났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부채를 보유한 가구는 전체 가구의 66.9%이다. 빚을 진다는 사실을 단순히 ‘당사자의 게으름과 탐욕’으로 치부하기에는 빚을 진 사람이 너무 많지 않은가? 뭔가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과도한 부채의 원인이 당사자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빚을 관리하고 상환하는 대안도 보다 현실적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빚이 전하는 메시지
DEBT FREE LIVING(빚지지 않고 사는 삶)의 저자인 LARRY BURKETT은 현대 가정이 왜 감당할 수 없는 빚 때문에 고생하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은 역사적인 사건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1929년 미국의 경제 대공황으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파산하고 집과 재산들을 잃어버리게 된다. 경제 대공황은 미국인들의 허리띠를 졸라매게 만들고 절약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고 한다.
파산을 경험한 은행들은 확실한 담보나 충분한 상환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돈을 빌려주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1950년 이전에는 은행이 있는지 조차 몰랐다. 아주 큰 대도시가 아니라면 은행을 구경조차 할 수 없었고, 은행 문턱은 일반인들이 드나들기에는 무척 높았다. 당연히 은행 대출은 꿈도 꾸지 못하는 시기였다.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니 전쟁에 참여했던 많은 미국 젊은 군인들이 사회로 복귀하게 된다. 은행 등은 전혀 이들에게 돈을 빌려주고자 하지 않았다. 신용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수 백만 명의 군인들을 책임질 의무가 있는데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결국 ‘퇴역군인 원호법’이란 법을 통과 시켰다. 법의 주요 내용은 제대한 미군들에게 대학교육자금이나 주택자금을 빌려주면 정부가 대출상환에 대한 보증을 한다는 것이었다.
이 법의 통과로 미국 경제는 엄청난 파급효과를 낳게 된다. 많은 미국인들이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고 수백만 명이 집을 사기 위해 자금을 빌렸다. 주택 가격은 상승하고 경제가 커지면서 소비자 신용(CONSUMER CREDIT)이란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게 되었다. 교육과 주택을 위한 빚이 신용거래에까지 확대됨으로써 물가는 계속 상승하고 가정은 계속 빚이 늘어나게 되었다. 늘어난 빚은 자산 가치의 상승(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착시)으로 메울 수 있다는 착각속에 지속적으로 더 좋은 주택, 더 좋은 차, 대학 이상의 공부를 하게 된 것이다.
빚이 늘어났지만 빚의 구매력으로 경제는 성장하였고, 늘어난 경제 규모는 빚 없이는 더 성장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다. 더 많은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돈이 없는 가정에 더 많은 구매 능력을 주어야 하기에 장기 할부, 장기 모기지, 리볼빙카드, 원금유예와 같은 아이디어가 활용되게 된다. 즉, 원금 상환을 수십 년의 기간으로 쪼개 갚을 수 있게 함으로써 현재의 소비를 더 늘릴 수 있도록 대출 조건을 바꾸게 된다. 이때부터 현대의 경제는 빚이 없이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인플레이션의 착시에 따른 온 국민의 피해
생각해 보라! 빚 없이 1억 원으로 살 수 있는 집을 빚을 1억 원 지고 2억 원에 산다면 순 자산은 여전히 1억 원 이지만 빚이 1억 원이 생긴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하여 가정은 더 많은 시간을 돈을 버는데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부부가 모두 돈 벌이에 나선다.
빚을 활용한 자산 투자와 소비는 인플레이션을 만들고 이는 온 국민을 착각에 빠지게 한다. 심지어 정부마저…
정부의 정책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경제 활성화이다. 경제 성장률이야말로 정권의 존망을 가르는 매우 중요한 지표이다. 문제는 어떻게 경제를 성장시킬 것인가에 있다. 당연히 소비를 증가시켜야 경제가 잘 돌아갈 것이고 한정된 소득으로 지출을 늘릴 수 없기에 금리를 낮추고 가계의 빚 부담을 줄여주려 할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을 어떻게 탓할 수 있으랴…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장사하는 서민들은 더욱 힘들어 지는데…
다른 사람도 다 하는데
다른 사람과 비슷한 수준을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빚을 지지 않고는 절대로 같은 생활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막 결혼한 부부가 빚을 얻어 아파트를 전세 얻는다. 그리고 차는 꼭 필요하니 차는 사야 한다. LED 대형 TV는 거실 장식의 필수품이고, 1년에 두 세 차례는 남들이 다 가는 해외여행을 가야 한다.
외식과 부모님 용돈, 계절에 맞는 적절한 옷을 사 입는 것도 필요하다.그래도 다행히 약간의 저축은 하고 있다. 대부분의 신혼부부는 특별히 부모가 도와주지 않는 한 위와 같이 결혼생활을 시작할 것이다. 다들 그렇게 살기에 큰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2013년 대법원이 발간하는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2년 우리나라의 결혼 건수는 32만9220건이며,같은 기간 이혼 건수는 11만 4781건이다. 이혼의 첫 째 원인은 성격차이(47.3%)로 가장 많고 기타와 경제문제가 각각 20.9%와 12.8%에 이른다. 여기서 성격차이란 애매한 원인과 기타 원인이란 것을 들여다 보면 그 속에 돈과 관련된 갈등이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빚을 현명하게 관리하는 법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칼럼제공 : 아이해피아이㈜ 홍성민 대표]
* 홍성민 대표는 가치있는 인생설계 상담을 통해 희망과 행복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는 일과 이를 위한 현명한 생애 자산관리 방법을 통한 두근 두근 재무설계 플랜을 만들어 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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