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7월 30일(06:05)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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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 건 다 한다.'
수익성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증권사 투자금융(IB)업계가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골몰하면서 기업이 단기자금 조달 목적으로 발행하는 기업어음(CP) 지급보증을 서주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CP는 지난해 '동양사태' 원인이 됐던 금융상품이다. 회사채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행 절차가 간단해 기업들이 선호하는 자금조달 형태다.
30일 IB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엔지니어링은 총 1000억원 규모 1개월 만기 CP를 발행했다. 신한금융투자가 이 기업어음에 지급보증에 나서면서 현대엔지니어링은 신한금융투자 신용등급인 AAA(A1)에 해당하는 금리로 단기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앞서 LG생명과학과 현대엠코 등도 증권사 지급보증을 끼고 CP를 발행해 낮은 금리로 자금을 끌어 썼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발행하는 CP는 발행하는 회사 모기업이나 계열사 등이 지급보증을 서는 게 일반적이다. 예컨대, 현대엔지니어링이 CP를 발행하면 모기업이 현대건설이 지급보증을 서주는 식이다. 증권사가 일반 CP에 보증을 제공하는 것은 흔치 않은 사례다.
지급보증은 '빚 보증'과 같은 개념이다. 기업이 발행한 채권이나 기업어음이 부도가 나면 지급보증을 해준 제3자가 채무자에게 원리금을 지급한다. 증권사가 CP에 지급보증을 해주면 증권사는 기업이 채무불이행 위험에 빠졌을 때 해당 기업어음 원리금을 지급해줄 의무가 생긴다. 증권사는 부도 위험을 떠안는 대가로 일부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최근 증권사들이 돈 벌 곳이 마땅치 않아지자 새로운 수익원으로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곳이 지급보증 업무다. 증권사들은 건설사들이 건설공사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자금 조달을 중개해주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지급보증을 서 주고 수수료를 받는 업무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CP 지급보증 업무도 이와 비슷한 구조다. 증권사 지급보증이 들어가면서 기업은 더 싼 값에 단기자금 조달하고 증권사는 이에 따른 수수료를 얻게 되는 구조다.
PF ABCP나 CP에 대한 지급보증 업무가 IB들 틈새시장이 될 것이란 전망 나오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수익성 측면에서는 실익이 크지 않다고 설명한다. 증권사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극히 제한적이지만 증권사는 지급보증하는 ABCP와 CP 원리금 전액에 대한 채무불이행 위험을 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CP는 '영업사원 택시비도 안 나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증권사 입장에서는 주간 수수료가 적은 상품"이라며 "이런 상품에 증권사가 지급보증에 나섰다는 것은 그만큼 증권사들 먹거리가 없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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