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7월 23일(06:0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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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남성복 브랜드 '인디안'을 보유하고 있는 의류업체 세정이 중대 기로에 섰다. 15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낸 부실 자회사가 정리 절차에 들어간데 이어 야심차게 추진 중인 통합브랜드 유통사업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진출 사업이 실패를 거듭하고 사운을 건 신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업계에서는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말이 나온다. 박 회장은 세정 지분 73.7%를 보유하고 있는 그룹의 최대 지배주주이자 대표이사로 의사결정의 정점에 있다.
세정을 그룹매출 1조원의 거대 의류기업으로 키워낸 박 회장은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이해 2020년까지 매출액 2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가능성은 미지수란 지적이다. 처음으로 그룹매출 1조원을 넘어선 2011년 이후 세정은 외형 성장이 정체됐을 뿐만 아니라 향후 성장의 핵심이 될 유통사업에 대한 업계 우려마저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어서다.
업계 전문가들은 신사업 성과와 더불어 세정의 악화된 수익성이 회복되는지 여부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부실 자회사 정리와 더불어 부진한 의류업황에 따라 세정의 순이익은 현재 고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 작년 부실 자회사 500억대 유증
23일 회사측에 따르면 세정은 문제가 됐던 100% 자회사 글로시스(옛 세정악기)를 조만간 완전히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시스는 중국 자회사 청도세정악기의 부진 탓에 순손실이 2009년 87억원에서 2011년 362억원까지 불어났다. 결국 2012년 청도세정악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1476억원 손실을 털었고, 이는 세정의 연결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해 세정은 글로시스의 차입금 상환을 위해 글로시스를 상대로 52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재무상태표에 남아있던 투자손실충당부채를 없앴다. 이는 2012년 일시에 미리 손실 처리한 금액에 대한 부채를 차입금 상환에 따라 상계 처리한 것으로 회계적으로 추가 손실이 일어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국사업 부진이 본격화되기 전 연결기준 순이익이 600억원에 육박했던 세정은 지난해 순이익이 300억원에 그치는 등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감사보고서를 보면 세정이 이미 자회사 손실을 모두 인식해 추가로 손실이 발생한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전반적인 업황부진과 신사업 추진에 따른 대규모 투자가 예상돼 당분간 수익성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정은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중국 진출을 노리고 있지만 성공한 사례는 드물다. 세정은 지난 2004년 회사 대표 브랜드인 '인디안'과 '올리비아로렌'을 들고 중국 백화점에 진출했으나 이후 100억원 이상 순이익 감소로 이어졌고 3년 만에 철수한 바 있다. 세정은 올 하반기 동일한 브랜드로 중국 시장에 재도전한다.
◆ 통합브랜드 유통사업 '기대 반 우려 반'
세정그룹은 지난해 9월 '웰메이드'라는 통합 브랜드를 출시하고 새로운 의류 유통사업을 전개했다. 기존 인디안 가두점을 웰메이드로 리뉴얼해 인디안, 헤리토리 등 세정그룹 의류 브랜드를 한데 모아 파는 '복합매장' 형태로 전면 개편한 것이다.
사운을 건 세정그룹의 유통 혁신은 업계에서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론칭 초기에는 백화점에 종속된 의류 유통 구조와 해외 SPA(제조·유통 일괄 의류) 브랜드에 안방을 내준 국내 의류 시장에서 어떤 반향을 일으킬 지 기대가 컸다.
웰메이드가 세상에 나온지 1년이 다 됐지만 업계 기대는 점차 우려로 바뀌는 분위기다. 세정이 대대적 투자를 통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쉽게 성공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비관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광고비를 쏟아부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면서도 "전방위적인 투자가 꾸준한 매출 성장으로 이어질지 업계에서는 아직 물음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대리점에서는 매장 리모델링 이후 오히려 매출이 떨어져 점장들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리모델링에 대한 본사 지원금이 있긴 하지만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해야 했던 점장들 사이에서 불만이 확산됐다는 전언이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웰메이드 사업에 대해 대리점주들이 크게 공감해 400여개 매장이 빠른 시일 안에 리뉴얼할 수 있었다"며 "점주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 설명을 충분히 하고 특별지원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세정그룹을 연 1조원대 매출을 내는 의류기업으로 성장시킨 박 회장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시장에는 세정그룹의 통합 유통브랜드 출시라는 새로운 형태의 과감한 투자를 반기면서도 기존에 있었던 브랜드 위주의 제품 구성만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상반된 분위기가 함께 형성돼 있다.
한 의류업계 전문가는 "세정의 전략은 노쇠화된 기존 브랜드를 새로운 유통브랜드를 통해 신선한 이미지로 쇄신하려는 것"이라면서 "백화점과 온라인에 치중된 의류 유통시장에서 가두점만으로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정 관계자는 "브랜드가 론칭되고 정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지난해 하반기 론칭한 웰메이드의 성패를 가리기는 아직 이르다"며 "유통 브랜드로 전환한 후 동기간 대비 매출액이 20% 늘고 젊은층 고객 유입이 늘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전경운 기자 /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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