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실적은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상승했고, 기업 현금보유액도 증가했다. 2000년 이후 국가 배당총액도 4조원에서 13조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배당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배당성향은 크게 증가하지 않은 채 현재 16%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배당성향이 30%를 웃도는 미국ㆍ일본뿐 아니라 다른 신흥국에 비해서도 낮은 것이다.
이처럼 절대적으로 낮은 배당성향 외에도 배당을 기대하는 이유는 많다. 첫째, 기업 성장성이 높을 때는 배당보다 사내유보를 통해 투자를 늘리는 것이 낫지만 저성장 국면에서는 배당을 통한 이익 확보가 중요해진다. 둘째, 외국인을 비롯해 전문투자자들의 배당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20년간 전혀 배당을 하지 않았던 애플도 주주의 압력과 최고경영자(CEO)의 정책변화로 2012년 대규모 배당과 자사주 취득을 결정한 바 있다. 셋째, 정부 정책이 변화하고 있다.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나 배당 기업에 대한 혜택 등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배당에 대한 기대감으로 펀드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연초부터 국내 주식형 펀드 이탈 속에서 독보적으로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는 펀드가 바로 '배당주 펀드'다. 올해 들어 3000억원 이상의 순유입이 나타나고 있고 수익률도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다. 올해 국내 증시에 큰 변동이 없는 상황에서 상위 배당주 펀드는 평균 15%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주 펀드는 시가배당률이 시장 평균보다 높은 배당주 가운데 이익 증가가 기대되고 현금흐름이 우수한 기업에 투자한다. 과거 우선주 중심 포트폴리오가 최근 배당가능 기업으로 확대되면서 투자 가능한 중형주도 많아졌고, 펀드마다 편입 종목도 다양해졌다.
투자자들은 안정적인 소득을 기대한다. 고령화사회가 진행될수록 꾸준한 소득에 대한 필요가 증가하고 배당주 펀드로 자금 유입도 지속될 것이다. 배당주에 대한 재조명은 전체 투자 흐름을 유도할 충분한 유인이 된다. 배당이 박스권에 갇힌 주식시장에 단비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백혜진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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