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할인분양 아파트, 입주민 집단 시위 ‘시끌’

↑ 용인 동백지구에 분양중인 ‘L아파트’ 분양사무실에 입주민 수십명이 찾아와 ‘할인분양’에 대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경기 용인시 동백지구에서 분양중인 ‘L아파트’ 분양사무실에 이 아파트 입주민 수십명이 몰려 거세게 항의했다.
이유인 즉, 이달 초부터 특별분양에 들어간 ‘L아파트’가 ‘대위변제’를 조건으로 분양중인데 이게 알고보니 ‘할인분양’이었기 때문이다.
분양업체가 내세운 대위변제란 분양계약이 해제된 가구에 대해 재분양 과정에서 기존 입주자들에 비해 계약금 대체 비용 5%(약 2100만원)와 중도금이자 후불제 비용(약 2500만원)등 총 4600만원 가량을 깍아주는 것을 말한다. 결국 이름만 다를 뿐 ‘할인분양’과 같은 형태를 띠고 있다.
입주민들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분양대금을 다 치르고 입주한 이들은 “재분양 계약자들에게만 '대위변제'를 명목으로 아파트값을 깎아 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분양업체 관계자는 “직접적인 분양가 할인이 아니라 분양계약을 해지한 계약자가 포기한 5%의 계약금만큼 싸게 공급하는 것 뿐”이라며, “그저 마케팅의 일환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용인시 ‘L아파트’는 용인지역 최대 매머드급 단지(2770가구)에 이 지역에서 유일하게 단지에서 30~50m 거리에 6홀 규모의 파3 골프장이 자리하고 있어 첫 분양 당시 관심이 높았다. 게다가 피트니스센터, GX룸, 건습식 사우나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과 길이 25m 4개 레인을 갖춘 실내 수영장이 입주민 전용공간으로 마련된 것도 좋은 평을 얻은 바 있다.
그러나 공급당시 주택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며 미분양을 피할 수 없었고 결국 할인분양까지 나서게 된 것.
이같은 ‘할인분양’은 특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수도권 곳곳은 지금도 ‘할인분양’에 항의하는 집단행동을 불사하는 등 입주민들의 반발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 8월 청라국제도시 A아파트 입주자 비상대책위원회는 할인분양 반대 집회를 갖고 할인분양 가구가 이 단지로 이사하는 것을 막아섰다. 시공사가 계약 해지분 14가구에 대해 할인분양을 하자 아파트 이미지를 실추시킨다며 반발한 것이다.
현재 할인분양 중인 현장은 노원구 P아파트(분양가 5~15% 할인), 남양주 H아파트(분양가 20% 할인), 구로구 P아파트(분양가 20~30% 할인), 김포 한강신도시 E아파트(7000~8000만원 할인), 부천시 D아파트(분양가 최대 20% 할인), 강서구 S아파트(분양가 최대 18% 할인), 수원시 S아파트(분양가 약 15% 할인) 등이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입주민과 건설사, 분양대행사 간 갈등이 커지고 있지만 입주민들 집단행동이 법적으로 보호받기는 힘든 상황이다.
지난해 5월 울산지법은 아파트 계약자 8명이 할인분양에 나선 시공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할인분양이 ‘건설사의 자유영업’이라는 이유로 기각했다.
업계 관계자들 역시 “건설사와 입주민 분쟁의 근본적인 원인은 부동산시장 침체이지 ‘할인분양’이 아니라는 게 법원의 시각이다. 실제로 상당한 기간이 걸리는 대단지 아파트 분양에서 경제사정 변화와 부동산 경기 변동 등에 따라 분양가를 차등 책정하는 것은 매도인의 자유 영역이라는 판결이 대부분”이라며 “만약 ‘할인분양’을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나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집단행동시 되레 입주민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매경닷컴 조성신 기자 / 이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