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의 부실사태로 각종 규제가 강화되면서 경쟁력이 저하된 데다, 저성장·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성장세가 크게 꺾인 상황에서 과거와 같이 여러 곳에서 각각 몸집을 키울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합병 과정에서 업무 중복 등에 따른 인력 운용의 비효율성을 상쇄하기 위해 직원들을 재배치하고 주요 임원들은 정리할 전망이다.
17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인 SBI계열 저축은행인 SBI(서울), SBI2(서울), SBI3(충북), SBI4(인천·경기)를 비롯해 HK(서울)와 자회사인 부산HK 등 계열 저축은행 간의 합병이 추진 중에 있다.
러시앤캐시 브랜드로 잘 알려진 아프로서비스그룹(구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이 예주·예나래저축은행을 인수, 이달 상호를 바꿔 영업을 개시한 OK와 OK2저축은행(전북)도 합병이 거론되고 있다.
대부업체 웰컴크레디라인이 해솔·예신저축은행을 인수해 만든 웰컴저축은행도 서일저축은행(충남)을 인수, 합병을 준비하고 있다.
과거 저축은행들은 지금과 달리 계열 저축은행을 늘리는데 역점을 뒀다.
한때 부동산 경기가 호황을 누리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붐이 불었고 아파트, 상가를 짓겠다는 부동산 시행업체에 돈을 빌려주면 짭짤한 수익이 생겼다. PF대출은 이 당시 저축은행업계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했다.
당시 PF대출 담당자는 "예금이 유치되기가 무섭게 PF대출로 나갔다"며 PF대출이 얼마나 성행했는지 가늠케 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크게 침체되면서 대규모 PF대출을 실시한 저축은행들은 역풍을 맞았다. 견디지 못한 곳은 결국 시장에서 퇴출됐다.
이런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일부 저축은행들은 현재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합병을 통해 우선 인력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또 일부는 여신 심사를 강화해 우량 여신을 중심으로 적자를 줄여나가는 곳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계열 저축은행이 합병되면 업무가 중복되는 인력은 다른 부문으로 재배치될 것으로 보인다"며 "인력 운영에 여유가 생기면 남는 인력을 이전과 같은 비용으로 신사업 부문 등에 돌릴 수도 있어 인력 운용의 효율성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계열 저축은행이 합병되면 고임금을 받는 임원은 그대로 두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임원을 비롯해 규정상 반드시 둬야하는 사외이사 감소 등으로 인건비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
한편 금융당국은 법인이 분리돼 있지만 계열 간 임원 겸직 등으로 독립 경영이 이뤄지지 않아 관리와 감독이 어렵다는 점 등을 이유로 저축은행의 합병을 유도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이들 저축은행이 합병을 승인받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전망이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 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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