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중, 한ㆍ일 금융 역조 현상은 제조업은 몰라도 금융 분야에서는 한국이 여전히 후진국임을 보여준다. 오히려 중국계 은행에도 밀리는 양상이다.
한국 금융회사들이 환율과 금리로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중국계와 일본계 은행들은 오히려 금리 차이를 이용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 원화보다 국제화된 자국 통화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는 모습이다.
지난해(2013년 4월~2014년 3월) 일본계 3대 은행(미쓰비시도쿄UFJㆍ미즈호ㆍ스미토모) 지점이 한국에서 거둔 순이익은 4000억원에 육박한다. 특히 미쓰비시도쿄UFJ 은행은 1637억원을 기록해 다른 모든 외국계 은행 서울지점을 제치고 외은 지점 중 순이익 1위에 올랐다.
일본 은행들은 일본 현지에서 저금리로 조달한 돈을 한국 대기업에 대출해주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2.5%인 데 반해 일본에서는 사실상 제로금리가 유지되고 있는 점을 활용했다. 한국에도 자금은 넘쳐나지만 기업으로서는 일본을 통해 빌리는 돈이 금리가 훨씬 낮다. 롯데를 비롯해 포스코, 현대차 등 많은 기업이 일본계 은행들과 거래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
그렇다고 금리만 탓하기엔 한국에 진출한 중국계 은행들 약진을 무시할 수 없다. 오히려 고금리로 돈을 벌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계 은행들은 중국 본토의 고금리를 내걸고 한국에서 위안화 예금을 유치하고 있다. 국내 정기예금 금리는 2%대 중반인 데 반해 중국 은행에서 판매하는 위안화 예금 금리는 3%대 초반이다. 이런 금리 차이를 보고 기관투자가들이 위안화 예금이나 위안화 예금을 기초로 하는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2억6000만달러에 불과했던 거주자 위안화 예금은 올해 6월 말에는 119억7000만달러(약 12조원)까지 늘어났다. 무려 46배나 급증한 셈이다.
엔화ㆍ위안화가 원화보다 더 국제화됐다는 점도 중요한 경쟁력 차이다. 일본 엔화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기준으로 세계 4위 결제통화(2.21%)다. 중국 위안화도 7위(1.47%)로 빠르게 순위가 올라가고 있다. 반면 한국 원화는 20위권 밖에 처져 있다.
은행권뿐 아니라 카드ㆍ저축은행 같은 소비자금융 업계에도 일본ㆍ중국 업계가 무섭게 치고 들어오고 있다. 일본계 금융지주사인 J트러스트는 대부업체와 친애저축은행을 인수한 데 이어 SC저축은행ㆍ캐피탈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 자산 1위인 SBI저축은행도 일본계로 전국에 지점망을 갖추고 성업하고 있다. 중국 최대 온라인 결제업체인 알리페이와 은련카드는 국내에 급증하는 중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지급 결제 분야에까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과 중국 금융사들이 금리 격차, 규제 환경, 수요 변화 등 여러 경제 상황 흐름을 활용해 수익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덕주 기자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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