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악몽' '부실의 종합판' '개미 무덤'
네오세미테크는 그 어떤 기업보다 화려했다. 그래서 충격이 더 컸다. 지금도 많은 투자자들이 피해보상에 매달려 있다. 네오세미테크는 4년 전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됐지만 여전히 많은 투자자들에게는 깨어나지 못한 악몽이다.
2010년 8월 23일 상장 폐지된 네오세미테크는 한국거래소의 우회상장제도 미비, 회계감사 부실,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 등 부실의 종합판이었다. 상장부터 상장폐지까지 숨 가쁘게 흘러간 10개월간의 스토리는 코스닥 시장에서 잊지 못할 최악의 사례 중 하나로 꼽힐 정도.
이 사건은 특히 개인투자자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상폐 당시 시총 4000억원대를 자랑했던 네오세미테크의 소액주주 비중은 78%, 투자자 수는 7000명이 넘었고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2010년 3월 24일 종가 8500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1인당 피해규모가 평균 3500만원에 달했다.
네오세미테크는 태양광 잉곳 및 웨이퍼 제조기업으로 2000년 설립됐다. 증시에 입성한 것은 2009년 9월, 당시 코스닥 상장사였던 모노솔라에 인수합병되는 이른바 우회상장 형태로 발을 들여놓았다.
우회상장 시 네오세미테크가 공시했던 실적은 눈부셨다. 2007년 매출액 314억원, 당기순이익 24억원이던 네오세미테크는 2008년 매출액 1032억원, 당기순이익 23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으로는 3배, 순이익으로는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게다가 퇴출당하기 1년 전인 2009년 3월에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이 회사를 방문한 데 이어 산업은행으로부터는 글로벌 스타기업 1호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상장폐지 불과 4개월 전에도 지경부로부터 차세대 세계일류상품에까지 선정돼 투자자들은 의심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덕분에 2009년 10월 6일 주가는 1만7800원(액면가 500원)까지 뛰어 시가총액 6288억원으로 코스닥 서열 13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네오세미테크는 깡통 회사에 불과했다.
당시 대표인 A씨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2000억원 상당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200여장 발행해 매출 실적을 부풀렸다.
우회상장 직전 연도의 외부 감사를 담당했던 인덕회계법인은 이를 적발하지 못했지만 모노솔라 감사를 맡았던 대주회계법인이 새로 회계감사를 맡으면서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대주회계법인은 결국 네오세미테크에 대해 '감사의견 거절'을 내놨다.
회계법인의 부실감사가 근본적인 문제였다면 부실한 상장 심사도 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네오세미테크 사태 이후에 우회상장 실질심사를 강화했지만 네오세미테크는 상장 이후부터 상장폐지까지 거래소의 형식심사만 받았고 실질심사를 한 번도 받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시 증권사 몇 곳은 네오세미테크를 저평가된 태양광 기업으로 평가했고 언론들도 이를 포장해주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견됐다"며 "앞으로 이 같은 피
한편 상폐를 앞두고 해외로 도주했던 네오세미테크의 A대표는 올해 3월 붙잡혀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2010년 8월 동생 여권으로 마카오로 도주했다가 싱가포르, 중국, 대만 등을 거쳐 지난해 캐나다로 입국해 벤쿠버에서 인터폴에 붙잡혔다.
[매경닷컴 최익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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