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17일과 24일 잇달아 제재위를 열고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검사에 따른 제재를 논의할 예정이다. 감사원의 종합감사가 진행 중인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건에 대한 징계는 8월 이후로 늦춰졌지만 △전산 교체 관련 경영진 갈등 △국민주택기금 채권 횡령 △국민은행 도쿄지점 대출 사고 등에 대한 징계 수위는 먼저 결정하기로 했다.
이번 전산기 교체 문제 제기는 지난 4월 한국IBM 대표가 이건호 행장에게 이메일로 보낸 제안에서 시작됐다. 뒤늦게 가격을 낮춰줄테니 IBM 제품(메인프레임 시스템)을 계속 이용해 달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IBM은 이미 지난해 9월 우선협상권을 부여받아 국민은행과 협상하다가 최종 결렬된 상태였다. 이 행장이 재검토를 요청하면서 은행 사외이사들과 갈등이 시작됐다. 사외이사들은 이미 경영협의회와 이사회 등에서 충분한 논의를 통해 결론 낸 것을 재검토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 행장은 새로운 제안을 해온 IBM을 포함한 모든 안건을 올려놓고 다시 결정하자는 의견을 고수했다. 결국 금융회사 내부 의사결정 과정 문제가 외부로 표출되면서 금감원에서 전격적으로 검사에 착수했다.
여기에 사외이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IBM 조사를 요청하면서 또 다른 변수로 등장했다. IBM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 불공정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해 달라는 내용이다. IBM은 내년 7월 말 계약이 끝나면 월 사용료를 27억원에서 90억원으로 3배 이상 받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에서는 과연 감독당국이 개별 금융회사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놓고 징계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지주회사 부장이 은행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의견을 낸 것을 개입했다고 보고 담당 임원은 물론 지주회장에게까지 책임을 물어 중징계를 내리려는 것"이라며 "감독당국이 금융회사 내부경영 문제까지 개입한다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염려했다. 전산 교체를 둘러싼 의사결정 과정 마찰이 중징계 사안이 될 수 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금감원이 이사회 발언록을 근거로 징계 수위를 결정한 사례도 많아 이사회에서 임직원들의 소신 발언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중징계 방침은 변함없으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 자료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
이 행장은 금감원 제재위에서 결론이 나지만, 임영록 KB지주 회장은 지주사 임원이기 때문에 중징계로 결론이 나면 금융위에서 다시 최종 징계 수위를 논의하게 된다.
[송성훈 기자 /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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