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7월 4일(06:03)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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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시장 '비수기'로 통하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미리 자금을 집행하려는 기관투자가 '뭉칫돈'이 대거 유입되는 모습이다. 기관들 청약 경쟁이 거세지면서 최근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기업들은 조달금리 절약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4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최근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들 수요예측은 모집 예상금액 대비 평균 2배 이상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 6월 2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수요예측 28건에 기관 투자자금 총 5조7650억원 몰렸다. 같은 기간 회사채 모집 예정금액은 2조8218억원으로 파악됐다. 회사가 조달하고자 하는 돈 보다 기관이 투자하겠다고 청약한 돈이 2배 이상 많은 셈이다. 이는 여전히 3조원 규모 여유 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회사채 시장에서는 여름휴가 기간에 진입하기 전에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활발하다. 연기금·보험사 등 투자기관들이 여름휴가 전에 자금 집행을 하려는 수요가 많기 때문에 투자금을 확보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정반대다. 지난해 말 이후부터 시장 금리가 연일 하락하면서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놓은 데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기업들 추가 자금 수요가 없어 신규 발행 물량이 줄어든 상태다. 게다가 다가오는 휴가철을 전후해 회사채 발행시장은 본격 '가뭄기'에 진입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이에 따라 마음이 급해진 기관투자가들은 우량 회사채를 미리 확보하기 위해 뭉칫돈을 들고 청약에 나서고 있다. 기업 실적이나 경영 환경에 대한 분석보다는 일단 물량 부터 확보하자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덕분에 최근 발행되는 회사채들은 수요예측에서 연일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투자자에게 팔리고 있다. 넥센타이어(A+급)가 지난달 26일 500억원(넥센타이어 51회)규모로 진행한 수요예측에 모집금액 8배가 넘는 4300억원이 몰렸다. 발행 금리는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3사 평균 금리) 대비 25bp(1bp=0.01%) 가량 낮게 결정됐다.
회사채를 발행할 때 지불하는 조달비용(발행금리)는 수요예측 경쟁률이 높을수록 낮아진다. 지난 2012년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된 이후 경쟁 체제를 통해 회사채 발행금리가 책정된다. 금리를 낮게(회사채 가격을 높게)를 제시하는 기관이 우선 순위로 배정받는 구조다.
앞서 24일 LG유플러스(AA급)가 진행한 2000억원 규모 수요예측에는 기관 청약금 7100억원이 몰렸다. 지난 3월 자회사 법정관리 사태로 회사채 발행을 취소했던 KT(AAA급)도 지난 19일 회사채 시장에 다시 등장해 총 2000억원 규모 수요예측에 7700억원 규모 기관 자금을 끌어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최근 기관투자자들은 정유 화학 등 경기민감업종에 속한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 확보하는 데에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앞서 기관투자자들이 사업 구조가 안정적인 내수업종에 속한 회사채 선별적으로 투자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로 지난달 10일 S-Oil(AA+급)이 3000억원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 기관투자자들이 총 8900억원을 들고 청약에 뛰어들었다. SK인천석유화학(AA-급)이 진행한 3000억원 규모 수요예측에도 모집금액의 2배가 넘는 6700억원이 청약했다.
전문가들은 회사채 시장에서 기업들이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환경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크레딧 연구위원은 "휴가시즌을 맞는 7월 한 달은 회사채 발행이 줄어들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며 "기업들이 수요예측에 성공해 민평금리 아래로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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