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에 거둔 이 같은 M&A 성과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5% 늘어난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되기 직전 해인 2007년 이후 7년래 가장 많은 액수다.
가장 큰 M&A 시장인 미국의 올 상반기 M&A 규모는 7485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5% 증가했다.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 올 들어 미약하나마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선 유럽 M&A 규모는 지난해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5090억달러에 달했다. 아시아ㆍ태평양지역 M&A는 전년 대비 85% 늘어난 3278억달러로 급증했다.
이는 톰슨로이터가 M&A 자료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0년 이후 가장 큰 M&A 규모다. 규제 강화로 M&A가 쉽지 않은 금융 분야를 제외하고 전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뤄졌다.
특히 올 상반기 M&A는 제약업체를 포함한 헬스케어와 통신 분야가 주도했다. 올 상반기 중 제약업체 등 헬스케어 분야 M&A 규모는 3174억달러에 달했다. 그동안 사상 최고치였던 2007년 한 해 전체 헬스케어 M&A 규모(2750억달러)보다 15%나 많은 사상 최대치다. 올 들어 글로벌 M&A가 봇물 터지듯 급증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자금조달 비용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게다가 구조조정ㆍ인건비 삭감 등 비용 절감을 통해 주요 기업들이 사상 최대 규모의 현금을 확보하고 있던 점도 공격적인 M&A에 나설 수 있는 힘이 됐다.
피터 테이규 씨티뱅크 글로벌 M&A팀 공동 헤드는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M&A에 뛰어든)기업들은 이제 비용 절감과 유기적 성장만으로는 원하는 성장률을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버트 랭킨 도이체방크의 기업금융ㆍ증권팀 공동책임자는 "M&A 거래는 오랫동안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지만 실제로 이를 실행하는 용기는 최근 12개월래에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기업들이 점차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을 회복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 올 상반기 M&A를 주도한 제약업체의 경우 법인세율이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유럽 제약사를 인수해 본사를 옮기거나 합병 법인을 유럽에 세우는 식으로 세금을 절감하는 절세효과를 노린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미국ㆍ유럽발 크로스보더(Cross-border) 딜 덕분에 M&A가 크게 늘었다.
매일경제 레이더M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업 경영권 인수(buyout) 딜 거래금액은 23조7066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7452억원)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해외 기업ㆍ사모펀드(PEF)들의 국내 기업 인수가
올 상반기 국내 최대 M&A 사례인 오비맥주는 벨기에 안호이저부시인베브가 6조2350억원을 들여 인수한 크로스보더 딜이다. 다음으로 규모가 컸던 국내 보안업체 ADT캡스는 글로벌 사모펀드 칼라일에 2조664억원에 인수됐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 서울 =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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