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은 정치 및 종파상의 문제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 따라서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주변국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유가에 대한 부담을 높인다. 2013년 MENA 정정불안으로 유가가 급등했던 과거 트라우마도 존재한다. 유가 급등은 한국 생산 제품의 원재료 가격을 높여 기업 이익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증시에 부정적이다.
그렇다면 이라크 불안은 지속될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첫째, 최근 분쟁지역은 이라크 유전시설이 집중되어 있는 지역과 거리가 멀다. 실제 이라크의 원유 매장량 절반은 ISIL 영향권에서 벗어난 남부에 위치해 있다. 또 이라크 원유수출의 96%는 반군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남부 바라슈 수출 터미널을 통해 이뤄진다.
둘째, 사우디를 비롯한 주변국 증산 가능성이 존재하고 최근 이란이 선진국과 핵 협상에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사우디는 유가 급등기에 생산을 늘려 가격안정에 기여했다. 최근 시리아 원유생산 부진도 사우디가 채우고 있는 상황이다. 또 16~20일 미국과 이란 간 핵 협상이 실시된다는 점도 주목된다.
셋째, 현재 진행 중인 이라크 지정학적 리스크는 과거와 다르다. 대표적으로 걸프전 당시 유가상승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공습으로 원유생산이 급감하면서 발생했다. 그러나 최근 이라크 정국은 주변국과의 전쟁이 아닌 내전 양상을 띠며 아직 이라크 내부 문제에 국한돼 있다. 미국이 이라크 공습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지는 않으나, 이 경우도 이라크 정부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란 점에서 과거 서방과 중동 간 대립구도와 차이가 있다.
당분간 국제유가가 소폭 상승할 가능성은 있지만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임계치인 배럴당 120달러(두바이유 기준)를 크게 상회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이슈가 증시에 주는 부정적인 영향이 길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하반기 한국 증시
[한승호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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