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우 임차인 갑의 실수로 건물 전소 시 보상은 어떻게 될까? 상식적으로 갑과 을이 각각의 보험사에 화재보험을 가입했기 때문에 최고 보상 한도로 각각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일법하지만 실제 셈법은 복잡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임차인 갑은 A보험사에서 보험가입액에 크게 못 미치는 2억7803억원을, 건물 소유자 을은 B보험사에서 3억6197만원을 최고 한도로 보상받게 된다. 특히, A보험사는 보험가입금액 5억3000만원보다 적은 보상액을 지급함으로써 결과적으로 2억5197만원을 절약하게 된다.
또 건물 전소의 원인이 갑에 있기 때문에 갑은 A보험사에서 지급받은 보험금을 건물 소유자 을에게 그대로 보상해야 하고, 더불어 B보험사는 을에게 지급한 3억6197만원의 보상금을 임차인 갑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즉, 갑은 보험가입금액 5억3000만원 대한 보험료를 A보험사에 냈음에도 불구하고 보상은 절반 수준에 그치고 여기에 더해 B보험사에서 을에게 지급한 보험금까지 물어줘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갑·을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하나의 건물에 화재보험이 중복 가입됐기 때문이다. 이 경우 화재보험 표준약관에 명시된 보험가입금액 안분방식(손해액 * 각 계약 보험가입금액 / 각 계약 보험가입금액 합계)에 따라 각각의 보험사가 보험가입금액을 분담해 지급한다.
이렇게 되면 갑의 입장에서는 A보험사에 지급받지 못한 2억5197만원을 추가 지급해 달라고 요청하고 싶지만 A보험사는 약관상 중복보험 규정을 들어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이러한 까닭에 현재 갑과 같이 화재보험 가입 후 보험사고 시 보상을 놓고 분쟁이 야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을의 건물에 임차인 갑만 단독으로 화재보험을 들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A보험사는 갑에게 보험가입금액 5억3000만원을 모두 지급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갑의 피해는 을이 화재보험에 가입한 중복보험일 때보다 줄어들게 된다.
이 때문에 화재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7일 새서울손해사정법인 신재명 손해사정사는 "임차인 갑의 단독 보험이었다면 5억3000만원을 지급받았을 사안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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