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삼성화재의 자사주 4%를 취득해 지배력을 높인다. 대신 삼성화재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4.5%를 취득한다.
삼성생명은 13일 이사회를 열고 삼성화재가 보유한 자사주 189만4933을 4936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화재의 1대주주였던 삼성생명의 지분율은 기존 10.98%에서 14.98%로 높아지게 됐다. 삼성화재는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전량인 747만6102주(4.5%)를 5353억원에 취득하기로 했다.
삼성화재측은 이번 결정에 대해 "1대 주주인 삼성생명의 지분강화로 경영권 안정과 주가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삼성화재의 1대 주주였지만 경영안정을 감안할 때 지분율을 높여 지배력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화재는 외국인 지분율이 55% 정도에 달해 삼성생명의 기존 지분율(10.98%)로는 경영권이 위협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번 결정은 경영권 강화 뿐만 아니라 향후 삼성그룹의 금융.제조업 계열사 간에 얽힌 지분구조를 정리하는 수순으로도 볼 수 있다. 삼성그룹은 최근 장기적으로 금산분리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금융.제조업 계열사가 교차 소유해 온 지분을 정리해 왔다. 삼성전기.물산.중공업은 작년 12월 삼성카드 지분 6.38%를 삼성생명에 매각했다. 삼성카드 역시 제일모직 등 제조업 계열사 지분을 처분했다.
이번 거래는 삼성생명의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염두에 둔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삼성그룹이 삼성에버랜드가 지배하고 있는 삼성생명을 중간금융지주로 활용할 경우 삼성.카드 등 여타 금융계열사를 자회사로 두고 그 지배력을 강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지난 4월 삼성카드가 소유한 삼성화재 주식 전량인 0.63%를 711억원에 매입했다. 그리고 이번에 삼성화재 자사주를 사들여 지분율을 높이기로 했다. 이밖에 지난 5월 삼성생명이 삼성자산운용 지분 100%를 매입하기로 하고 삼성증권은 삼성선물 지분 전량을 매입하기로 이사회에서 의결하기도 했다.
삼성생명이 삼성물산을 지배하던 순환출자 구조에도 변화가 생겼다. 삼성생명은 이제 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와 삼성화재-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이중 고리를 형성
증권사 관계자는 "향후 삼성화재가 갖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을 삼성전자.SDI 등 제조업 계열사에 넘긴다면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더욱 단순해진다"며 "장기적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려는 단초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명 기자 / 김규식 기자 / 윤제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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