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해 '모기업 지원 여력'이 큰 기업은 저금리로 장기 자금을 손쉽게 조달하는 데 비해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은 회사채 시장에서 거의 퇴출돼 단기자금 시장으로 내몰리며 자금난에 허덕이는 실정이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회사채 신용등급 'AAA급'과 'AA급'에 속해 우량 등급으로 분류되는 회사채 발행잔액은 5월 말 기준 149조6900억원을 기록했다. 2012년 1월 같은 등급 회사채 발행잔액이 109조6600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2년 새 40조원 넘게(36.5%) 불어났다.
우량 회사채 가운데 AA급 회사채 증가폭이 더 컸다. 주로 은행이나 일부 공기업 등 채무불이행(부도) 가능성이 극히 낮은 AAA급 회사채 발행잔액은 45조1800억원에서 56조3900억원으로 11조원 가까이(24.3%) 늘었다. 하지만 대기업 계열회사들이 주로 포진해 있는 AA급 회사채는 64조4900억원에서 93조3000억원으로 30조원 넘게(46.5%) 급증했다. 은행ㆍ공기업 등 공공성이 높은 곳보다 대기업 계열사들이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많이 조달했다는 의미다.
반면 신용등급이 낮은 A급과 BBB급에 속한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 발행잔액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5월 말 기준 이들 등급에 속한 회사채 발행잔액은 41조1500억원 수준이다. 2012년 말에 비해 16조3500억원(28.4%) 줄었다. 이런 흐름은 2012년 저축은행 사태에 이어 동양ㆍSTX 등 중견그룹들이 줄이어 무너진 이후 더 뚜렷해졌다. 회사채에 주로 투자하는 연기금과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몸을 사리면서 초우량 회사채 투자로만 쏠리고 있어서다. 발행 물량이 줄어든 A급과 BBB급에 속한 기업들은 안정적인 장기 투자금이 필요한 중소ㆍ중견기업이 대부분이다.
김수연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A급이지만 회사채 상환 능력이 충분한 중소ㆍ중견기업들조차 기관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성장을 위해 투자자금이 필요한 곳이 퇴출되다시피 하면서 회사채 시장이 자본시장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서태욱 기자 /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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