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ECB 완화 정책과 관련해 금융시장은 기대와 크게 어긋나지 않게 반응하고 있다. 독일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4월 말보다 0.15%포인트 하락했고,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각각 0.42%포인트, 0.32%포인트 하락했다.
또 유로화 환율은 달러 대비 2% 절하됐으며, 주가는 3% 넘게 상승하는 모습이다. 미국이 세 차례에 걸쳐 시행했던 양적완화(QE) 당시와 유사하다.
이번 정책을 통해 5600억유로(약 770조원) 규모 유동성이 공급될 전망이고 추가적인 양적완화까지 고려하면 그 규모는 1조유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유럽발 유동성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1차적으로는 유로존 자산이 큰 수혜를 보게 될 것이다. 특히 안전 자산인 채권보다는 위험 자산인 부동산과 주식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 과거 미국 채권금리 움직임을 살펴보면 양적완화 도입 전까지는 큰 폭으로 하락했으나 양적완화 기간에는 횡보 또는 소폭 상승했다. 즉 정책 기대가 선제적으로 시장가격에 반영돼 실제 양적완화가 실행되는 도중에는 성과가 좋지 않았던 것이다. 반면 미국 주택 가격과 주식 가격은 실질금리 하락과 위험 선호 증가로 양적완화 실행 기간에 크게 상승했다.
2차 수혜 대상은 미국이다. 그동안 미국 양적완화로 인한 유동성 증가 수혜를 입은 곳은 이머징 시장이었다. 이머징 채권의 고금리 매력과 선진국 대비 높은 경제성장 효과로 2009년부터 이머징 시장으로 자금 3조9000억달러가 물 밀듯이 흘러 들어갔다. 그러나 이번 유럽발 유동성 증가 수혜는 과거와 달리 미국과 선진국으로 집중될 것이다.
미국 채권금리는 유럽 기준에서 볼 때 매우 매력적이다. 국가신용등급이 동일한 미국과 독일 채권금리를 비교해보면 미국이 높은데, 스프레드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벌어져 있다. 무려 신용등급이 8등급이나 낮은 스페인 금리가 미국 금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달러
또한 경제 펀더멘털이 불안한 이머징 시장과는 달리 미국이 빠른 경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기업 실적도 견조하게 증가하고 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미국 주식이 유럽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백혜진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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