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건설업체라는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지움` 브랜드가 탄생하기까지 진두지휘한 계성건설 박종완 대표 모습. |
지난 1999년 창사 이래 전주시 및 예하 관공서에서 발주한 관급공사의 상당량을 책임지며 지역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계성종합건설(이하 계성건설)도 그 중 하나다.
계성건설은 올해 국토관리청에서 수여하는 ‘우수시공 업체’로 선정되는 등 이름은 낯설지만 실력만큼은 국가에서 먼저 인정했다.
지난달 29일 만난 계성건설 박종완 대표(49)는 서울시립대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한파에 낙엽 떨어지듯 수많은 건설회사가 사라졌던 지난 IMF 당시(1998년) 근무하던 극동건설에서 창업의 꿈을 키웠다.
운도 따랐다. 그즈음 건설면허제도가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면서 설립요건이 한결 완화된 것이다.
IMF 때 창업해 정공법으로 전주 시장 개척
결심을 굳힌 박 대표는 1년 후인 1999년 고향인 전주로 내려와 계성종합건설(주)을 설립하고, 관공서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남들이 편법을 택할 때 박 대표는 오로지 정공법으로 일관했다.
그의 뚝심 때문일까. 이후 관급공사를 잇따라 수주하는 쾌거를 거둔다.
최근 박종완 대표는 다른 먹거리를 찾고 있다. 지금도 25개의 현장이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을 정도로 회사의 재정은 튼실하지만 관급공사 이외의 솔루션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100억원 이상되는 공사의 경우, 지역업체의 지역공동도급비가 55%에서 51%로 줄면서 미래를 보장 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에 지난해 연매출 500억원을 달성하고 올해 700억원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는 계성건설은 토목사업은 그대로 두고 주택사업, 특히 자체사업의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지역 외에서 떨어지는 인지도를 극복하기 위해 ‘이지움’이란 브랜드도 만들었다. 브랜드 개발을 서두른 이유에 대해 박 대표는 “지역업체는 일을 많이 해도 외부에 이름이 알려지기 쉽지 않다”면서 “브랜드를 만들고, 서부신시가지에 위치한 복합빌딩(상가·오피스)에 첫 적용했다”고 말했다.
이지움 브랜드의 두 번째 건축물은 아파트다. ‘월드컵 이지움’ 아파트로 명명된 이 현장은 전주 월드컵경기장 인근서 사업을 추진하던 서울 소재 시행사가 계성건설을 직접 찾아와 공동으로 사업하자며 손을 내밀어 성사됐다.
6월 세 번째 브랜드 사업을 앞두고 있다. 이달 14일 견본주택을 개관하고 본격적인 분양에 나서는 ‘건지산 이지움’ 아파트가 그 주인공이다.
옛 완주군청 부지(1만4000여㎡)에 조성되는 이 아파트는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전용면적 59㎡의 단일 평형(5개 타입), 총 371가구로 구성됐다.
단일평면임에도 불구하고 고급 중형 아파트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특화평면 구성과 3·4베이 설계를 적용했다. 또 세대별 지하창고 제공, 다양한 커뮤니티센터 등도 눈길을 끈다.
△A타입 179가구 △B타입 84가구 △C타입 20가구 △D타입 86가구 △E타입 2가구 등 총 5개에 달하는 다양한 주택형을 선보이고, 모든 타입이 발코니 확장 평면으로 개방감 및 일조권, 통풍을 극대화했다.
A타입은 편리한 동선과 공간 활용 등 맞춤형 공간으로 꾸며지며, B타입과 C타입의 경우 59㎡형에서 보기 어려운 4베이 설계를 도입했다. D타입의 경우 거실에서 2면 조망이 가능하며, E타입은 펜트하우스로 3면에 테라스를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단지 내에는 물의 정원, 어린이 놀이터 등이 들어서 입주민을 배려한 친환경적인 조경이 갖춰지고, 지하에 조성돼 편리하게 이용 가능한 커뮤니티 센터에는 키즈카페, 도서관, 열람실, 휘트니스, 실내골프연습장, 탈의실, 샤워실, 무인택배시스템, 근린생활 시설 등이 들어선다.
“어음(당좌)을 사용하지 않겠다. 직원 월급을 밀리지 않겠다.”
공대 출신인 그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결심한 두 가지다. 이 결심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단순해 보이지만 IMF 당시 이 두 가지를 지키지 못해 도산한 회사를 여럿 지켜본 박 대표가 본인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 정한 일종의 신념인 셈이다.
박 대표는 월급날이면 여직원을 통해 은행에서 직접 직원에게 송금한다. 인터넷뱅킹을 이용 할만도 한데 그러지 않는 이유는 ‘입출금 전표를 잘 관리해야 새는 돈을 막을 수 있다’는 그의 돈 관리 철학 때문이다.
또한 덤프트럭과 포크레인 같은 중장비를 회사 소유로 보유하고, 10명 안팎의 기사들도 계성건설 직원으로 채용했다. 이를 통해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공사일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빌미를 사전에 차단했다.
아울러 대부분 개인사업자인 중장비 기사들을 직원으로 영입함으로써 이들의 복리후생과 함께 애사심도 높이는 이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창립 당시 자신과의 약속, 아직도 지켜
↑ "7~8년 전부터 신시가지 인접지구와 구도심 재건축 단지의 전세가율이 80%를 육박하면서 최근 매매가격도 상승 기미를 보이고 있어 분양사업하기 좋은 타이밍"이라고 말하는 계성건설 박종완 대표. |
박 대표는 “지역 평판은 시간과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어렵다”면서 “대표의 평판을 차체하더라도 대표의 일처리는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에 늘 행보에 조심하고,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말한다.
박 대표는 평소 “기업가가 기업을 시작했으면 성공해야한다. 문어발식 확장이 아니라 내가 잘할 수 있는 사업의 확장은 기업가의 꿈을 이루는 과정일 뿐”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동안 주택사업이라고는 세종시에 시공한 임대아파트와 공동사업으로 진행한 ‘월드컵 이지움’ 아파트 두 개 뿐이다. 그의 사업수완은 이달에 공급을 시작하는 ‘건지산 이지움’ 아파트 분양사업에서 빛을 발한다.
자체사업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건지산 이지움’ 아파트가 들어서는 자리는 옛 완주군청사 일대가 산업단지(280억원 규모)로 조성되면서 공사비(100억원)를 택지로 받는 조건으로 떠안았다. 땅값 130억원 중 나머지 50억원은 현금으로 지불했다.
다른 업체가 “이곳은 암(바위)이 많아 기반공사비가 많이 나오고, 고도제한(12층)에 묶여 사업수지가 맞지 않는다”며 단칼에 거절한 것과는 사뭇 다르다.
하지만 박 대표 눈에는 충분한 승산이 보였다. 계성건설은 이미 회사소유의 중장비가 있어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었고, 관련 직원들과의 회의를 수십 번, 결국 건축법 해석을 통해 사업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냈다.
여기에 전주의 비정상적인 전세가율 때문에 분양으로 돌아서는 실수요자들이 많을 것이란 예측도 한몫했다. 실제 전주시의 전세가율은 70%를 웃돈다. 특히 신시가지 인접지구와 구도심 재건축 단지는 80%에 육박한다.
박 대표는 “전주지역의 부동산시장은 내년까지는 시장상황이 괜찮을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혁신도시에는 기반시설이 없다보니 전주시내는 실수요자가 많다. 때문에 내 집 마련 수요에 초점을 둔 주택사업을 펼친다면 성공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사업장은 국민주택기금의 지원도 받는다. 지난 2008년 이후 임대주택을 제외하고 분양사업장에서 해당 기금의 지원을 받은 현장은 전무하다.
이는 까다로운 심사 때문인데 일단 국민주택 규모인 전용면적 85㎡ 이하여야 대상이 된다. 여기에 매입한 토지에 담보가 없어야한다. 곧 100% 자기자본으로 땅을 매입해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회사의 신용도 또한 높아야 한다. 그래야 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고 우리은행에서 지원금이 나오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신용에 문제가 있는 법인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다. 하지만 계성건설은 지난해 공급한 ‘월드컵 이지움’도 국민주택기금을 받았고, 이번 ‘건지산 이지움’은 두 번째 사례가 된다.
박 대표는 싼 이자로 지원을 받는 대신 ‘상품성’을 최대한 끌어 올린다는 방침이다. 특히 자재나 평면, 부대시설은 직접 챙길 정도로 신경쓴다.
그의 ‘최고가 아니면 세상에 내놓지 않겠다’는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박 대표는 “이지움 브랜드로 세상에 나온 주택은 한 채씩 사려고 한다”면서 “내가 직접 살아봐야 불편함은 개선하고 좋은 점은 다음 사업장에 접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번 사업은 계성건설이나 박종완 대표에게 시금석 같은 사업장이다. 자체사업으로는 처녀작이기 때문이다. 이 사업장을 시작으로 서울 및 수도권, 전국의 주요 택지지구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도 갖고 있다. 또한 전주시내 만성지구나 효천지구, 평소 틈새시장이라 여기던 구도심 재개발·재건축 사업에도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겉만 번지르르한 건설업체는 전국에 허다하다. 하지만 계성건설은 다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내공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 업체가 전국으로 뻗어 날아갈
이는 박종완 대표가 “지역의 작은 건설업체지만 이미 지역주민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은 노하우가 있어 지역에 상관없이 자신 있다”고 힘줘 말하는 까닭이다.
[전주시 = 매경닷컴 조성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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