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KB국민은행의 내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은행 이사회가 심야까지 진행되며 진통을 겪었다.
30일 여의도 은행 본점에서 오후 5시부터 감사위원회에 이어 오후 8시 20분부터 이사회가 진행됐다. 그러나 자정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격론이 계속됐다. 사외이사들은 이날 오후 5시께 도착해 경영진과 협의를 거쳤으나 평행선은 좁혀지지 않았다.
이날 논의된 안건은 정병기 상임감사위원이 제출한 감사보고서가 감사위원회에서 채택되는 건과 은행 경영협의회에서 올라온 주 전산시스템 변경 건이었다. 이에 앞서 국민은행은 오전 10시 경영협의회를 개최하고 주 전산시스템 변경과 관련해 경쟁 입찰을 다시 진행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경영협의회에는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정병기 상임감사위원, 각 본부 본부장(임원)들이 참석했고 사외이사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 행장은 이날 경영협의회에서 기존 IBM을 포함해 주 전산시스템에 대한 재입찰을 추진하기로 결론을 모으고 이사회에 안건으로 제출했다. 국민은행 이사회는 지난 23일 오전에도 이사회를 열고 정병기 감사가 제출한 감사보고서를 채택하는 건에 대해 논의했으나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 유닉스 전환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는 이 행장과 정 감사의 의견을 이사회 멤버의 주축인 사외이사들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사회는 △이 행장ㆍ정 감사ㆍ박지우 수석부행장 등 은행 경영진 3명 △윤웅원 KB금융지주 부사장(CFO) △김중웅 전 현대증권 회장ㆍ오갑수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비롯한 사외이사 6명 등 총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21일까지 IBM 메인 프레임을 유닉스 시스템으로 교체하기 위해 입찰을 진행했다. 하지만 국민은행 내부에서 해당 교체권과 관련해 내홍이 일어나자 SK C&C 한 곳만 단독으로 입찰해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았다. 입찰 기간을 5일 늘려 29일까지 입찰을 다시 진행했지만 추가로 참여한 업체는 없었다. 국민은행이 SK C&C와 단독으로 수의계약을 맺지는 않기로 결정하면서 교체 작업 자체가 미뤄진 상황이다.
이처럼 주 전산 교체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국민은행 측이 전산 교체를 재검토하는 방안
이와 같은 방식은 IBM 메인 프레임에서 유닉스로 시스템을 교체하는 기존 이사회 결정을 뒤집는 것이다.
[박용범 기자 / 이덕주 기자 / 송민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