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관계자는 "저금리로 1990년대 말부터 10여 년 정도 줄도산 등 위기를 겪었던 일본 생보업계가 5년 전부터 신계약 보험료가 증가하는 등 서서히 개선되고 있다"며 "저금리로 인한 역마진 문제 등이 우리와 흡사해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생보업계는 1980년대 고금리 확정형 저축성 상품을 무더기로 팔았다가 1990년대 저금리가 몰아닥치자 고객에게 보장해야 하는 이자와 운용수익률에서 금리역마진(이차손)이 발생해 위기를 겪었다. 1997년 닛산생명을 시작으로 2001년까지 10대 대형사를 포함해 총 7개 생보사가 파산했다.
한국 생보업계도 1997년 외환위기 전후에 팔았던 고금리 저축 상품으로 인해 역마진이 발생하면서 대형사들이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체별로 올해 수백억 원에서 1000억원 이상까지 이차손을 예상하고 있다.
삼성생명 등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본 생보업계가 저금리를 극복하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한 것은 상품 구조 변화. 일본 생보업계는 1990년대만 해도 저축성 상품과 보장성 상품 비율이 각각 57%, 43%였던 것이 위기를 겪으면서 2012년에는 16%, 84%로 바뀌었다. 보장성 보험 비중을 크게 높여가면서 저금리로 인한 이차손 문제를 극복한 것이다. 또 신계약 예정이율을 낮추는 한편 저축성 보험은 변액보험 비율을 높였다.
한국 생보업계는 2월 말 기준으로 보장성 보험 상품 비중이 75.6%로 일본보다 낮다. 위기 극복을 위해 보장성 보험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 지적에도 불구하고 2011년 말 77.8%였던 것이 오히려 떨어지는 추세다.
일본 생보사들은 채권 등을 늘리는 방향으로 자산운용을 재편하는 방안도 활용했다.
저금리를 극복하겠다며 부동산 등 위험 자산에 적극 투자했던 보험사들은 버블 붕괴기를 거치면서 줄줄이 도산했다. 일본 생보업계의 채권 투자 비중은 1990년 8.5%이던 것이 2012년에는 54.4%로 늘었다. 같은 기간 대출은 37.9%에서 11.7%까지 낮췄다.
일본 생보사들은 건물을 비롯한 자산 매각, 증자, 저효율 점포 통폐합 등을 통해 건전성을
김해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감독당국은 건전성 규제는 강화하되 보험료 산정 등에 대한 자율성은 높여줘 다양한 상품이 개발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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