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5월 27일(06:04)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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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에서 육상운송 부문을 담당하는 (주)한진이 장래 매출채권을 담보로 자금조달에 나섰다. 이 같은 자금조달 방식은 그룹계열사인 대한항공이나 한진해운 등이 주로 활용하는 기법이다. 한진이 매출채권을 담보로 자금조달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7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주)한진은 지난 22일 총 1000억원 규모 자산유동화대출(ABL) 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ABL이란 구조화 금융기법 중 하나로,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이나 매출채권 등 자산을 담보로 투자자를 모집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ABL은 자산유동화증권(ABS)와 구조적으로 유사하지만 다수 투자자가 아닌 소수 투자자가 대출형태로 투자한다는 점에서 사모 형태에 가깝다.
이번 자금조달에 담보가 된 자산은 (주)한진이 포스코와 GS홈쇼핑 등 2개 회사와 체결한 운송계약 대금 채권(운송 매출채권)이다. (주)한진이 운송 매출채권을 특수목적회사(SPC)에 넘기고 SPC가 이 채권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구조다. 회사가 담보로 제공한 운송 매출채권 규모는 예상대로 회수될 경우 총 4800억원이다. (주)한진이 조달하는 자금보다 5배 많은 금액이다.
이번에 발행한 ABL 만기는 2016년 11월까지다. 한진은 1000억원을 총 3개월 단위로 나눠 만기까지 10회로 분할 상환한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등 은행권을 포함해 한화생명보험, 산은캐피탈, SBI저축은행 등 5개 기관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주)한진은 ABL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만기 도래한 공모사채를 상환했다.
(주)한진이 회사채를 상환하는 데 ABL을 활용한 이유는 공모 회사채 발행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게 금투업계 시각이다.
(주)한진이 가장 최근에 발행한 공모사채 신용등급은 'A-급'이다. 최근 공모 회사채 시장 투자심리가 회복 추세이지만 건설·해운 등 일부 업종 기업들은 여전히 자금조달이 쉽지 않다. 같은 신용등급인 계열회사 대한항공도 최근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이 어려워 ABS 등 자산을 담보로 한 자금조달 기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한진이 공모 회사채 시장에 나서 불확실성을 높이기보다 자산유동화 쪽이 자금조달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주)한진에 대한 전문가들 시각은 여전히 보수적이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주)한진이 매출액 등 외형적인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수익성이 낮은 구조가 지속되고 있어 영업활동을 통한 차입금 감축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구조조정 중인 한진해운에 대한 그룹차원 자금지원이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1분기 (주)한진은 매출액과 3797억원(연결 기준)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49억원을 보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 상승했다. 86억원 규모 이자비용을 내면서 분기 순이익은 47억원에 그쳤다.
올해 만기 도래하는 단기차입금과 회사채 등 부채는 약 1300억원 규모로 파악된다. 보유중인 예금 등 현금성자산은 720억원 수준이라 추가 외부자금 조달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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