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한국지점의 김영찬 리서치센터장은 28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과거 데이터를 보면 선진 시장과 신흥 시장 간 수익률 차이가 800bp(8%)가량 벌어지면 글로벌 자금은 투자 방향을 선회했다"면서 "최근 한국 등 신흥 시장으로 들어오던 외국인 자금 유입이 이제 거의 끝났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22주 연속 이탈했던 글로벌 자금이 다시 신흥 시장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지난 3월 말 이후 두 달 동안 미국 증시는 거의 제자리 상태인 반면 러시아 브라질 인도네시아 홍콩 등 신흥국 증시는 3~5%가량 상승한 상태다.
김 센터장은 글로벌 자금의 신흥 시장 이탈을 예상하는 또 다른 이유로 신흥국 기업들 실적 부진을 들었다.
그는 "지난 1분기 신흥국의 국내총생산(GDP)이나 기업 실적 성장이 거의 나타나지 않은 반면 선진국 기업들은 훨씬 수익을 잘 냈다"면서 "대만이 신흥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았던 것은 IT 부문에서 그나마 실적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시장과 관련해 "최근 외국인 자금이 많이 유입된 것은 한국 시장의 상승률이 다른 신흥국 대비 저조했던 데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입원하면서 국내 기관들이 삼성그룹주를 사들이자 '트레킹에러(지수 추적 오차)'를 줄이기 위한 차원"이라면서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6월부터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 센터장은 한국 기업들 실적이 2분기에도 원화 강세와 내수 소비 위축 등 영향으로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4 이상으로 올라가야 한국 수출기업들 실적이 좋아질 수 있다"며 "현재 글로벌 PMI는 52~53 수준에 정체돼 있어 한국 기업들 이익 전망치 역시 상승세로 돌아서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하반기에는 3분기를 기점으로 한국 기업들 실적이 '반짝'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코스피가 2200(주가수익비율 기준 9배)까지 상승할 수 있지만 4분기에는 다시 3분기 대비 실적 둔화가 나타나면서 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 센터장은 하반기 유망 업종으로는 기업 실적과 주가 밸류에이션 등을 기준으로 금융ㆍ유틸리티ㆍ제약 업종이 가장 긍정적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종목으로는 동부화재와 한국전력을 꼽았다.
[최재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