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5월 26일(06:03)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레이더M 기사 더보기>>>
동양매직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1년여 전 당시 가격보다 무려 두 배 가량 오른 가격에 매각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양그룹과 단절되면서 실적이 개선되고 재무적 리스크가 줄어든 점이 기업 가치에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26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동양매직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농협 프라이빗에쿼티(NH PE)-글랜우드 컨소시엄은 지난주 매각 측과 양해각서(MOU) 체결을 마무리하고 실사와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오는 6월 중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NH PE-글랜우드측이 제시한 동양매직 인수가격은 약 3000억원으로 차순위협상자로 선정된 현대백화점그룹(2700억원)과 한앤컴퍼니(2800억원)를 근소하게 앞서는 수준이다. 동양매직 본입찰에는 이들 3개 후보외에도 쿠쿠홈시스, KG그룹, SFA, 나이스그룹, 이스트브릿지 등 총 8개 후보가 참여한 바 있다.
동양매직의 인수대금은 지난해 교원그룹과 매매협상을 벌일 당시만 해도 약 1500억~1800억원 수준(부채 약 800억원 제외)으로 평가됐다. 해당 거래는 양측이 매각가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결렬됐다. 이후 KTB PE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으나 동양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이마저 중단됐다.
동양매직의 매각 가격이 1년새 두 배로 오른 데는 동양그룹과의 완전한 분리로 재무적 리스크가 해소된 점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해 매각에선 동양그룹이 계약에 일종의 바이백(buy-back) 조항을 넣으면서까지 경영권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반면 이번 매각은 동양그룹이 아닌 법원이 주체가 돼 경영권을 완전히 넘기는 진성매각 구조다. 때문에 이른바 '동양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동양매직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 인수 후보들이 몰렸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동양매직은 독립경영을 시작한 지난 1년간 오히려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동양매직은 지난해 매출액 2950억원, 영업이익 221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실적 상승세를 고려하면 3000억원에 달하는 매각가격도 지난해 매각 추진 당시 거래가격(EBITDA 대비 약 7배)보다 오히려 저렴한 수준(EBITDA 대비 약 6배)이라는 평가다.
동양매직이 이처럼 만족할만한 조건에 '새주인'을 찾으면서 동양그룹 및 채권단 등 이해당사자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관계자들은 농협은행을 통한 리파이낸싱으로 연간 40억~60억원의 이자비용이 줄어듦은 물론, 일본 주방가전업체 파로마(Paloma)와의 기술 제휴 등으로 실적 재도약의 발판까지 마련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파로마는 인수 작업이 완전히 끝난 후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며, 인수자금 모집 등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후에는 자산 및 지분 매입 등 다양한 방식의 투자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태다.
NH PE 관계자는 "인수측이 전 직원에 대한 고용승계를 인수 조건으로 제시한 만큼 노조를 포함한 동양매직 임직원들이 모두 이번 거래를 반기고 있다"며 "4만명에 달하는 동양그룹 기업어음(CP) 채권자들 역시 인수후보 중 최고가를 제시한 후보에 팔린 점에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 관계자는 일각서 제기된 주방가전사업부 분할매각설과 관련해선 "파로마와 분할매각과 관련한 논의를 전혀 진행한 바 없다"며 "파로마가 분할매각을 전제로 인수자금을 빌려주기로 했다는 설도 사실무근"이라고 설명했다.
[정지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