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0년이 흐른 지금, MUFG는 또 다른 변신을 꾀하고 있다. 올해 7월까지 유니온뱅크와 또 다른 현지 자회사인 BTMU아메리카를 합쳐 미국 내 12위권 은행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MUFG는 지난해 태국 아유타야은행 지분 72%를 56억달러를 주고 사들였다. MUFG가 2013 회계연도에 9조8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이익을 낸 것은 이렇게 해외로 진출하며 일본 내수시장 한계를 극복해 나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미국 금융시장에서 국내 은행 존재감은 매우 미약하다. 활발한 인수ㆍ합병(M&A)을 통해 몸집이 커진 교포 은행들에도 밀린다. 미국 금융시장 성장이 멈췄다고 하지만 일본계 활약을 보면 패배를 포장하려는 변명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태국에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직후 국내 은행들이 철수하고 시장 진입 자체를 못하고 있다. 태국에 진출하려면 최소 7억달러를 내야 하니 엄두를 못 내고 있다. 1억달러만 있으면 진출할 수 있는 말레이시아에도 국내 은행은 명함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MUFG 해외 진출 전략보고서를 보면 제로(0) 금리를 극복하려는 처절한 몸부림을 읽을 수 있다. 그들이 치열하게 고민할 때 국내 금융회사들은 집안 싸움에 파묻혀 바다 건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모르고 있다. 각종 금융사고와 내부 비리 등으로 해외
다시 밖을 봐야 할 때다. 해외 투자 시 초기에는 손실이 불가피하다. 3년이 아니라 5년, 10년을 내다보고 투자할 경영자가 필요하고 이를 인내해줄 금융당국이 필요하다. 일본계가 미국, 아시아를 이렇게 습격할 때 계속 구경꾼 노릇만 할 수 없다.
[금융부 =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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