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차적으로는 원자재 가격의 약세다. 달러가 강세고 성장이 취약할 때 원자재 가격은 오를 수 없다. 유럽이 재정위기에 빠진 이후 수요는 더욱 위축됐다. 뿐만 아니라 일본이 지난해부터 아베노믹스 정책을 들고 나와 엔화 약세를 강하게 이끌어왔다. 엔화 약세는 제3국에 대한 수출 경쟁을 심화시켰고 일본으로의 수출까지 위축시키는 이중고를 낳아 수출가격 약세를 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선진국은 낮은 물가에 대한 염려를 표명해왔지만 실제로 가장 부담이 컸던 주체는 계속 하락하는 가격의 제품을 파는 당사자였다. 무엇보다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신흥국이 문제였고 그다음으로는 화학, 철강, 비철금속 등 소재를 공급하는 제조업체 이익 감소가 문제였다.
올해 하반기에는 상황이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유럽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도 미약하게나마 상반기보다 성장할 전망이다. 최근 3년간 보지 못했던 글로벌 경제의 최종 수요자들 경기가 동시에 회복되는 상황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물건을 파는 공급자들끼리 경쟁했다면 이제는 수요자들 사이에서도 경쟁이 생긴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물가가 오를 수 있는 환경으로 변할 수 있다. 미국은 지난 2월 지난해에 비해 1.1% 하락했던 물가상승률이 4월에 2%까지 올라왔다. 예상보다 빠르게 오른 것이다. 하반기에 세계 경제가 함께 회복하고 인플레이션이 살아나면 주식시장은 비교적 큰 변화를 겪을 수 있다. 저물가 환경에서 소외됐던 기업에 대한 이익 전망이 상향 조정되면서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물가가 오르는 것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미국 통화정책 후퇴 가능성 때문이다. 빠른 물가 상승이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을 앞당길 것이라는 걱정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염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확인해야 한다. 먼저 유럽 통화완화 정책이 확정돼 미국의 유동성 축소 불안을 완화해주는 것이다. 둘째로는 경기 회복이 확인돼
물가에 대한 시각이 변하게 되면 그동안 이익을 잘 내지 못했던 화학, 정유, 철강, 비철금속 등 소재 업종에 대한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김승현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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