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5월 23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레이더M 기사 더보기>>>
정몽선 현대시멘트 회장이 17년간 지켜왔던 경영권을 내놓을 위기에 처했다. 전액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한 감자 및 채권단의 대규모 출자전환으로 보유 지분율이 5% 미만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시멘트는 한국산업은행 등 주채권단을 대상으로 총 4757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출자전환)를 진행한다. 지난 20일 1548억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으며 금융보증계약부채로 잡힌 나머지 3209억원에 대해서도 손실이 확정되는 대로 출자전환이 이뤄진다.
2000년대 중반까지 잘 나가던 현대시멘트는 스키장, 콘도 등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성우종합건설이 개발에 참여한 양재동 파이시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해 4000억원 가량의 지급보증을 선 것이 재무악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아직 해당사업에 대한 매각대금 지급이 완료되지 않았으나 회사 측 손실추정액은 3787억원이다. 이중 무담보채권 회수 금액인 578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채권단이 추가 출자전환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정 대표의 회사 지분율도 크게 축소돼 경영권을 보장받기가 어렵게 됐다.
정대표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2010년부터 현대시멘트가 워크아웃에 들어간 후에도 꾸준히 30%(지난해 말 기준 29.31%)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파이시티 지급보증에 따른 대규모 추정 손실을 지난해 재무제표에 반영시키면서 회사가 전액자본잠식 상태에 빠지자 지난 3월 현대시멘트 보통주 5주를 1주로 병합하는 감자(최대주주 10:1)를 실시하며 지분율이 21%로 줄었다. 추가 출자전환 시 정 대표 지분은 5% 미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채권단 관계자는 "주채권과 보증채권을 포함하면 출자전환 후 채권단 지분율은 95%까지 올라갈 것"이라며 "채무조정 없이 자본잠식 사유로 상장폐지되면 회사 가치가 더욱 떨어지기 때문에 출자전환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워크아웃 단계에서 당장 경영권이 변동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출자전환 후 대주주 지분율이 급감하더라도 추후 채권단 지분이 매물로 나올 경우 사재 출연으로 지분을 매입해 경영권을 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시멘트의 지급보증 손실액은 다음달 13일 파이시티 매각대금 지급일에 확정될 예정이다. STX개발·신세계·롯데쇼핑 등으로 구성된 STS컨소시엄과 은행 채권단 모임인 대주단은 지난 2월 4660억원에 파이시티 매각 계약을 체결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초기 파이시티에 투입된 PF 자금은 8720억원이다.
[이용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