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상당 기간 1900~2000 박스권 장세를 이어오면서 현 주가를 박스권 상단으로 보고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공매도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공매도 압력이 커지는 종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2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대차잔량은 14억6515만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대차잔량은 주식을 대여한 물량을 나타내는 지표로 '공매도 대기 물량'으로 여겨진다.
이은상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공매도 압력이 증가하거나 거래량 중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 관련 지표에서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대차잔액 급증 종목, 거래량 중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 대차잔액 급감 종목 등 세 가지다. 대차잔액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공매도가 늘어날 것이라는 의미다.
거래량 중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은 현재 공매도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대차잔액이 급감하는 종목은 숏커버링(공매도 주식을 되갚기 위해 매수하는 행위)이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현재 대차잔액이 급증하고 있는 종목은 앞으로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으며 거래량 중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은 공매도로 인해 현재 주가가 빠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차잔액이 급감하는 종목은 주가가 바닥을 찍고 반등할 수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새로 투자 종목을 선별하려는 투자자는 '대차잔액 급감 종목'을, 현재 보유 주식의 매도 타이밍을 잡으려는 투자자는 '대차잔액 급증 종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5일간(5월 16~22일) 대차잔액이 급증한 종목으로는 현대증권, SK하이닉스, 한국전력, LG전자, 한전KPS 등이 꼽힌다. 현대증권은 최근 5일간 대차잔액이 220만주 급증했다. 진행 중인 매각 작업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고 계열사 유동성 위기의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염려가 반영되면서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2일 4만275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데다 지난 4월 11.53%, 이달 들어 5% 가까이 상승하는 등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가능성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5일간 전체 거래량 중 공매도 비중이 높았던 종목으로는 오리온, 하이트진로, 한라비스테온공조, 코라오홀딩스, LG이노텍 등이 꼽힌다. 이 종목 가운데 LG이노텍을 제외하면 모두 주가가 하락해 공매도 증가에 따른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오리온은 전체 거래량 중 공매도 비중이 32.76%를 기록했다.
하이트진로도 1분기 맥주 부문이 적자로 돌아서는 등 어닝쇼크를 기록한 데다 무학의 수도권 시장 진출 등 경쟁 압력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LG이노텍의 경우 지난 22일 콜옵션 행사 발표로 주가가 상승했지만 전환사채
대차잔액이 급감하고 있는 종목은 활발한 숏커버링이 진행되고 있어 주가 반등을 노려볼 수 있다. 최근 5일간 숏커버링이 활발히 진행된 종목은 한화케미칼, BS금융지주, 두산중공업, 현대상선, 삼익악기 등이다.
[박승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