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이사회는 23일 긴급 이사회를 개최하고 해결책을 논의했으나 합의점 도출에 실패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제안이 올라왔으나 논란이 불거지며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외부 인사와 함께 사외이사와 국민은행 임직원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다. 객관성이 담보되는 진상조사기구를 만든다는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금융감독원 특별검사가 시작된 상황에서 이 같은 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하자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KB금융지주와 일부 사외이사가 자신들 주장에 더 힘을 싣기 위한 작업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사회 멤버들은 최대한 말을 아꼈지만 회의 동안 격렬한 토론이 이뤄진 것으로 짐작된다. 이처럼 갈등이 표면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회 내부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자체 해결 능력이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전망도 나온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이날 이사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다음주에 감사위원회와 이사회를 다시 개최할 것"이라며 "오늘 논의된 내용(전산시스템 교체 건)에 대해서 다시 얘기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분쟁이나 갈등의 이유는 하나도 없다"며 "은행에 가장 좋은 방안이 뭔지 토론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니 갈등으로 확대해석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재입찰은 이미 의사 결정이 난 사항이니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유닉스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SK C&C가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유효경쟁이 성립하지 않아 28일까지 추가입찰을 받고 있다.
당초 이사회는 입찰 마감 전인 27일 열 것으로 예정됐으나 이사들 일정에 따라 유동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닉스 시스템으로 전환하기로 한 이사회 결정에 대한 가처분신청도 일단 미뤄졌다. 이날 이사회를 마치고 나온 6명의 사외이사들도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지난 19일 국민은행 사외이사와 은행장 및 상임감사위원은 주전산기 교체를 두고 충돌했다.
정병기 상임감사위원이 IBM 서버에서 유닉스로 전환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KB금융지주가 개입했다는 보고서를 제출했고 이를 사외이사들이 검토하는 것을 거부했다. 정 감사는 은행장 인가를 받아 이를 금융감독원에 보고했고 금감원은 특별검사를 진행하게 됐다. 이 과정이 지주와 은행 간 갈등으로 비치면서 KB금융그룹은 내홍을 겪고 있다. 이 행장은 지난 21일에도 사외이사들을 만나 문제 해결에 대해서 노력했으나 결과적으로 이날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번 국민은행 사태로 금융지주제도와 사외이사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금융지주회사법에서는 특례조항으로 완전자회사는 사외이사나 감사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내용이 있으나 은행법상 감사
이러다 보니 지주 영향력 아래에 있는 은행 사외이사가 지주의 거수기 노릇을 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안정훈 기자 / 이덕주 기자 / 송민철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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