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5월 21일(06:03)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레이더M 기사 더보기>>>
지난해말 동양 사태를 겪은 이후 최근 회사채 시장은 모처럼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건설·해운 등 취약업종 만기가 집중돼 있어 일부 전문가들은 '4(死)월 회사채 대란'을 예상하기도 했지만 4월을 넘긴 이후부터 시장 투자심리는 개선세다.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는 일부 A급 회사채들도 높은 경쟁률을 보이면서 기관투자자에게 팔려나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초 우려했던 회사채 대란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진단한다. 시장 관심사는 하반기 회사채 시장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시장이 동양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여부가 전문가들 관심사다.
◆하반기 만기 도래 회사채 '예년 수준'
21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포스코특수강(600억원), 현대비엔지스틸(300억원), 하이트진로(1500억원) 등은 차환을 완료한 상태다. (주)SK가 최근 6월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차환 작업에 착수하는 등 발행사들은 6월달 이후 회사채 만기 대응전략을 준비 중이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를 포함한 회사채 발행 규모가 지난해와 비슷한 57조원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오는 3분기와 4분기에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는 각각 8조1000억원과 9조3000억원이다. 이는 예년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말까지 1000억원 이상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는 총 총 61개사다.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가 가장 큰 회사는 롯데케미칼이다. 5000억원과 1500억원 회사채가 각각 9월 26일과 10월 8일 만기를 맞는다.
(주)한화와 삼성디스플레이는 하반기 각각 6800억원과 5000억원 규모 만기가 도래한다. LG유플러스와 LG디스플레이도 각각 3500억원과 3400억원 규모 회사채 만기 일정이 있어 대규모 차환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만기 도래 규모는 크지만 대기업 계열 회사채가 안정적으로 발행되고 있어 무난히 차환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동부그룹과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기업들 구조조정 진행 상황에 따라 회사채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 전망이다. 차환이 어려운 기업들이 현금 상환, 사모사채,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공모채 이외 자금조달 전략을 이용하고 있어 하반기 회사채 시장에 충격을 줄 만한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한 번 부러졌던 뼈는 다시 붙으면서 더 단단해진다'
연초 기관투자자들이 AA급 이상 초우량 회사채에만 관심을 보이면서 A급 회사채들은 사실상 발행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A급 회사채들도 성공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늘었다. AA등급에 대한 수요 확대로 발행금리가 낮아지면서(채권 가격 상승) 기관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을 찾아 A등급 내 우량회사채 수요예측에 적극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신용등급 'A급'인 성우하이텍이 300억원 규모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1600억원 규모 기관투자자 청약자금이 몰렸다. 성우하이텍이 현대자동차 그룹에 납품하는 핵심 협력사라는 점에서 흥행 가능성이 전망되기는 했지만 업계 예상보다 흥행 강도가 컸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이 밖에도 최근 메가마트(A급)과 대한유화공업(A-급), 풍산(A급), LS엠트론(A+) 등 A급 회사채가 대규모 흥행 기록을 세웠다.
하반기까지 A급 회사채 흥행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기금이나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 자금이 풍부한데다 기관투자자들이 신용등급 자체보다는 기업 내용이 우량한 회사에 적극적인 투자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시각은 긍정적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동양그룹 사태로 위기를 겪었던 회사채 시장이 올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더 효율적인 시장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정대호 KB투자증권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상위등급과 하위등급으로 나뉘었던 양극화 현상이 하위 등급 내에서 양극화로 진행되는 모습이지만 투자자들이 냉정한 신용분석을 통해 나타난 결과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라며 "회사채 발행시장이 정상적인 회복 경로를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서태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