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CJ E&M의 실적 사전 유출에 대한 처벌 이후 실적 시즌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기업과 관련된 정보를 얻기 어려워지자 '깜짝 실적' 공시가 주가에 미치는 파급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발표에 앞서 증권사들 기업 실적 전망(Preview) 보고서가 쏟아져 나오고 소문이 암암리에 돌면서 사전 정보가 주가에 미리 반영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적이 부진하게 나오더라도 투자자들이 이미 빠져나갔기 때문에 주가가 크게 조정받지 않거나 오히려 오르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당국의 본격적인 통제 강화로 기업과 애널리스트 간 정보 교류가 막히면서 실적이 시장 예상을 빗나갔을 때 주가가 과거보다 크게 휘청이고 있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CJ E&M 사건 전에는 실적이 공개되기도 전에 주가가 먼저 움직였는데 올해 1분기에는 발표 이후 주가가 반응하고 있다"며 "공시가 요식행위에 그치지 않고 주가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국내 증시가 선진화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2일 매일경제가 에프앤가이드에 게재된 분기별 프리뷰 보고서를 집계한 결과 12월 결산법인 기준 지난해 1분기 410건, 2분기 448건, 3분기 477건, 4분기 487건이었던 실적 전망 자료가 올해 1분기에는 324건 올라오는 데 그쳤다. 과거보다 대략 100건 감소한 수치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애널리스트가 분기별 이익을 정확하게 맞추기는 힘들어졌지만 기업의 단기 이익보다 장기 사업 전망에 무게를 두는 쪽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투자자들도 바뀌어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른다. 대인 접촉과 정보 수집을 통해 실적 시즌에 단기 차익을 실현하겠다는
손윤경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분기 실적 발표를 이용해 트레이딩하는 전략 자체가 점점 줄어들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실적 시즌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구조적인 업황이나 성장 잠재력을 강조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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