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전문가들은 대내외 호재에 힘입어 최근 글로벌신흥국(GEM) 펀드의 국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재조정)' 과정에서 한국에 대한 투자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향후 글로벌 펀드의 리밸런싱 과정에서 최소 5조원 안팎의 추가 자금 유입도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22일 코스피는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전일 대비 7.26포인트(0.36%) 오른 2015.59로 마감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4일과 16일, 19일에 이어 이달 들어서만 네 번째 연중 최고점 경신이다.
외국인의 최근 8거래일 누적 순매수 금액은 2조3390억원으로 늘었다. 투신권은 246억원 매도 우위를 나타냈지만, 최근 하루 평균 1000억원 이상 순매도를 이어갔던 것과 비교하면 매도 규모가 크게 줄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6월 유럽중앙은행(ECB)의 경기부양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실적 반등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국 증시를 바라보는 외국인들 시각이 달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오전 발표된 중국 HSBC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가 49.7로 전월 48.1이나 시장 전망치 48.3을 크게 웃돈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예상을 뛰어넘는 중국 PMI 수치는 오랜 조정을 받아온 중국 증시가 상승할 수 있다는 신호"라며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과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외국인 시각 변화로 수급 측면에서 GEM 펀드의 한국 증시에 대한 비중 확대가 본격적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13~16일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1조4108억원을 순매수했는데, 같은 기간 GEM 펀드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블랙록자산운용의 '아이셰어즈(iShares) EM ETF'로 신규 유입된 자금은 4억달러(약 4100억원)에 그쳤다. 이는 최근 한국 증시로 들어온 글로벌 펀드 자금이 신규 유입뿐만 아니라 기존 자금에서 대이동이 이뤄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현재 GEM 펀드의 총자산 규모는 4258억달러다. 4월 말 기준 이 펀드군의 한국 비중은 11.6%로 최근 2년간 최고치 13.4%나 평균값 12.5%보다 1~2%포인트가량 낮은 상태다. 한국 비중이 1%만 높아져도 약 4조5000억원, 2%가 높아지면 9조원가량 자금 유입이 늘어날 수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 자금이 1조5000억원 순유입된 것을 감안해도 앞으로 5조원 안팎의 추가 유입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또 최근 국내로 유입되는 GEM 펀드 자금은 대부분 지수에 투자하는 인덱스 펀드로 추정된다. 이달 13~21일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액은 2조481억원이었는데, 같은 기간 외국인 프로그램 순매수가 2조2061억원으로 규모가 거의 일치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은 개별 종목이 아닌 코스피200 등 대형주에 대한 바스켓 거래로 이뤄진다.
전문가들은 향후 외국인 수급의 관건이 글로벌 액티브 펀드 자금이 얼마나 공격적으로 한국 증시로 들어올 것이냐에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을 유지했던 글로벌 액티브 펀드의 시각 변화를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6월 중순 미국 5월 물가지표 발표로 일시적인 조정이 나타난 이후 한국에 대한 시각이 보다 공격적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재원 기자 /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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