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지인에게 변액보험을 가입했죠. 하도 들어 달라고 하니 그냥 지나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월 10만원씩 10년짜리로 설계를 해달라고 했죠. 알아서 설계해왔거니 하고 계약서에 사인을 했어요. 그리고 6년이 지났죠. 알고 보니 의무납입 기간이 15년짜리 보험이었어요. 보험사에 민원을 넣으니 계약을 한 설계사를 보내더군요. 민원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죠"
#"불완전 판매인줄 알고 있지만 친척이 판매한 것이어서 차마 민원을 못 넣겠더라고요. 손해는 손해대로 보고 민원도 넣지 못하고 보험이라는 게 정말…"
#"보험사에서 교육 때 원금이 보장된다고 설명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원금이 보장 안 되더라고요. 보험사에서는 설계사가 고객에게 잘못 설명했다고 발뺌을 하니 이런 경우가…"
모두 보험 상품 불완전판매 사례들이다.
지난해 10~12월중 금융감독원이 19개 생명보험사 소속 설계사 540명에 대한 변액보험 미스터리쇼핑을 실시한 결과 AIA생명, ING생명, KB생명, KDB생명, PCA생명, 우리아비바생명, 현대라이프생명 등 7곳이 60점 미만의 점수를 받아 저조 등급으로 분류됐다. 전체 생보사의 약 40%가 낙제점을 받은 셈이다. 이중 AIA생명과 PCA생명은 2년 연속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아 불완전판매 관행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특히 90점 이상을 받아 우수 등급으로 분류된 보험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최근 금감원이 발표한 '2013년도 금융회사 민원발생평가 등급'에서는 외국계 보험사들이 무더기로 낙제점인 5등급을 받았다. 해당 보험사들은 나름의 민원감축노력을 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결과적으론 비난을 모면키 어렵게 됐다. 반면 국내사들의 경우 이번에는 상위 등급을 받아 외국계와 다른 면모를 보였다.
국내사는 교보생명, 농협생명, 흥국생명, 삼성화재, 농협손해보험이 최상위등급인 1등급에, 외국사는 알리안츠생명, 에이스생명, ING생명, PCA생명, ACE아메리칸화재, AIG손해보험 등 6개사가 최하위 5등급에 머물렀다. 국내사 중에선 우리아비바생명, 롯데손보 등 2곳이 외국계와 함께 꼴찌에 포함됐다. 일등과 꼴찌의 민원관리에 어떠한 차이가 존재하는 것일까.
◆1등급 첫째 비결은 '민원감축의지'
삼성화재는 민원발생평가에서 보험사 중 유일하게 2년 연속 1등급을 유지했다. 금감원이 선정한 소비자보호 우수사례 회사로도 선정됐다.
삼성화재는 민원감축과 고객만족을 위해 '3不(불)3行(행)'을 실천한 것이 민원발생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받은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삼성화재는 ▲불친절 ▲업무처리지연 ▲안내미흡(3不)이 15%의 민원을 차지하고 있는 등 사소한 부실이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 부실 민원의 근원을 없애고 ▲진정성 있는 고객응대 ▲현장과의 소통 ▲불합리한 업무개선(3行)을 실천으로 고객응대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민원건수는 2011년 170건, 2012년 167건, 2012년 154건으로 줄었다. 지난해 6월에는 금융소비자보호센터를, 12월에는 서비스아카데미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소비자보호위원회도 신설했다. 소비자보호위원회는 소비자보호관련 트렌드, 그리고 감독당국 정책과 이슈를 공유하면서 고객중심에 반하는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을 발굴하고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둘째 비결은 민원감축의지 '지속 실행'
교보생명의 민원발생평가 등급은 2011년부터 매년 1단계씩 개선, 지난해 1등급에 올라섰다. 매년 등급이 꾸준히 상승해 1등급을 받은 보험사는 교보생명이 유일하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단기간의 유행처럼 고객보호에 대응치 않고 고객보호철학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본사와 영업 현장 간 합심해 노력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업계 최초 유지고객 서비스인 '평생든든 서비스', 빠르고 전문화된 콜센터 운영, 완전판매를 위한 제도 및 프로세스의 지속적 개선 등은 고객 불만을 선제적으로 대응하는데 주효했다고 사측은 설명했다.
또 고객중심의 4대 '액션 플랜(Action Plan)'인 소통, 실행, 개선, 평가를 지속적으로 추진한 것도 오늘의 1등급 보험사로 거듭나는데 일조했다고 덧붙였다.
올해부터는 경영층(팀장)협의체인 '고객보호(실무)협의체'를 더욱 활성화해 문제점을 개선하고, 격주 간 발행하는 '고객보호生生Report(생생리포트)', '고객제안제도 개선' 등을 통해 조직원과의 소통 및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고객보호문화가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민원발생평가 소비자보호 촉매제로 작용
민원발생평가 꼴찌 보험사에는 평가 자체가 소비자보호의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이 매년 민원 평가에서 꼴찌를 하는 보험사들에 대해 대대적인 점검 등 불이익을 주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민원등급불량' 마크를 영업점에 부착하도록 경영지도에 나서면서 민원 꼴지 보험사들이 공개적으로 체면을 구기게 됐다.
5년째 최하인 5등급을 받은 PCA생명의 경우 지난해 민원이 전년 대비 12.8% 늘어 민원감축에 실패했다. 같은 기간 우리아비바생명은 민원발생평가 결과 4등급에서 5등급으로 오히려 악화됐다.
다만 몇몇 보험사는 민원발생평가 결과, 등급 상승에는 못 미쳤으나 민원감축에는 성공해 눈길을 끌었다.
5년 동안 꼴찌 평가를 받은 ING생명은 '고객 보호 도우미 제도', '고객패널제도' 등의 운영을 통해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명예회복의 일환으로 ING생명은 고객 불만에 신속하게 응대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민원을 예방하기 위해 '고객 보호 도우미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 제도는 콜센터를 통해 상담한 고객의 만족도가 낮은 경우 해당 고객에게 민원전담부서에서 다시 연락을 취해 상담하고 그 내용에 대한 관련 부서의 검토 결과를 고객에게 안내하는 제도다. 이 모든 과정은 3시간 이내에 이뤄진다.
정종태 ING생명 소비자보호부 상무는 "이 제도의 운영을 통해 ING생명이 고객들께 먼저 다가가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신뢰도를 높일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며 "고객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해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고 고객 민원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ING생명은 지난달부터 '고객패널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상품 특성별 고객을 선발해 보험상품의 매력도, 수용도, 경쟁력 등 고객의 실질적인 니즈를 파악한 후 이를 신상품에 반영하기 위해 도입됐다. 고객들이 보장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가입할 수 있도록 상품의 표현 방법을 개선해 상품 이해에서 발생하는 민원을 줄이겠다는 의지다.
이재원 ING생명 마케팅 총괄 부사장은 "개발 단계 전부터 고객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상품에 이를 반영하는 '프로슈머 마케팅 전략'을 반영한 것"이라며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다각도의 조사 및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ING생명은 지난해 10월부터 담당자가 민원 접수 고객을 직접 방문해 민원 처리 결과를 설명하는 '고객민원 방문설명제도'를 시행하는 등 민원에 대한 사전 관리와 사후 관리를 동시에 강화해 민원을 예방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ING생명은 이러한 노력 등을 실행, 금감원 민원발생평가 결과 지난해 민원이 전년 대비 7.9% 줄었다.
5년 연속 최하등급을 받은 알리안츠생명 역시 민원감축 노력을 기울인 결과 지난해 민원이 전년에 비해 11.6% 줄었다.
◆민원발생평가, 계량적→비계량적 지표로 확대
한편 금감원은 보험사 영업규모 지표를 반영해 지표당 민원건수를 산출, 1~5등급으로 민원발생평가를 한다. 예를 들면 계량적 기준인 매출액 천억원당, 보유계약건수 백만건당 발생한 민원건수가 등급으로 매겨진다.
민원등급이 이처럼 계량적 요인에 따라 평가되고 있어, 한편에선 자산과 고객수가 많은 대형사에 유리하게 평가가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원감축이 평가에 반영되고 있으나 보유계약건수가 적으면 이러한 결과에도 민원평가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평가에서 꼴찌 등급을 받은 ING생명, 알리안츠생명은 민원감축
이에 금감원은 이러한 평가의 한계점을 인지, 소비자보호 조직, 상품개발과 판매 시 소비자보호 시스템, 민원관리, 공시 수준 등 금융사의 소비자보호 수준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소비자보호실태평가제도' 도입을 추진 중에 있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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