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5월 16일(06:0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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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순위 선두권 대기업 계열사들이 회사채 시장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10대 그룹 가운데 5개 그룹은 회사채 발행 금액이 1조원을 훌쩍 넘었다. 대부분 AA급 이상의 높은 신용등급에 그룹 후광까지 등에 업은 발행사들은 기관 투자가들의 풍부한 수요를 바탕으로 자금조달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16일 NH농협증권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1조원 넘게 일반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 대기업 그룹은 삼성을 비롯해 현대차, SK, LG, GS 등 총 5곳이다.
SK그룹이 1조46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해 그 뒤를 이었다. 초우량 기업으로 분류되는 SK텔레콤(신용등급 AAA)이 3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SK종합화학, SK브로드밴드, SK C&C 등 핵심 계열사들의 발행도 활발했다.
삼성그룹은 올해 발행 건수가 4건에 불과하지만 삼성에버랜드(5000억원), 삼성물산(4000억원) 등 대규모 발행이 많아 발행금액 1조원을 가볍게 넘겼다. GS와 현대차그룹 역시 각각 1조2900억원과 1조2800억원을 발행해 '빅 이슈어(big issuer)'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 5개 그룹 계열사들이 발행한 회사채 총 규모는 7조100억원으로 올해 발행된 일반 공모채(12조8900억원)의 절반이 넘는 54.4%를 차지한다. 범위를 10대 그룹으로 확장하면 비중은 67%로 올라간다. 사실상 '1조 클럽'이 회사채 시장을 이끌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발행사들이 높은 신용도를 보유한데다 그룹사 후광까지 등에 업으면서 자금 조달이 상당히 수월한 부분이 있다"면서 "투자자들이 삼성이나 현대차 회사채에 투자하는 것을 사실상 원금보장 상품에 가입하는 것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반기에만 1조7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롯데그룹이 상반기 침묵을 깨고 공모사채 시장에 복귀할지 여부도 지켜볼 대목이다. 롯데그룹의 올해 회사채 발행은 이달 롯데푸드의 500억원이 전부였다.
SK와 LG그룹은 각각 1조원 규모의 회사채가 만기를 기다리고 있어 하반기에도 활발한 자금조달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만기 예정 금액은 각각 4700억원, 5300억원으로 비교적 작다.
한 증권사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상반기와 비교해 하반기에는 AA이상 우량채 만기가 증가하는 반면 A급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수급상황이 상반기와 큰 차이가 없다면 우량채 발행이 늘어나는 만큼 수요는 따라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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