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회사원 정모씨는 출근길에 파란불이 켜진 횡단보도를 건너다 달려오는 승용차에 치였다. 교통사고를 처음 당한 정씨는 잠시 정신을 잃고 쓰려졌다가 곧바로 정신을 차렸고, 운전자 역시 당황한 듯 정씨를 차에 태웠다. 사고를 낸 운전자는 병원에 가겠냐고 물었지만 정씨는 괜찮다며 연락처만 받고 출근길 걸음을 재촉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발생했다. 출근한지 1시간만에 정씨의 온몸이 근육통을 호소하기 시작한 것. 급한 프로젝트로 자리를 비울 수 없던 정씨는 겨우 점심때까지 급한 업무를 마치고 응급실을 찾았다. 일주일 입원 진단을 받게 된 정씨는 보험 관련 업무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몰라서 난처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씨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우선 정씨가 개인 민영보험에 가입했다면 담당설계사나 보험사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고 합의와 관련된 도움을 받기 어려울 터. 이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손해사정사이다.
◆사고 발생시 손해액 및 보상금액 산정하는 전문가들
‘손해사정사’란 금융감독원에서 지도 감독하는 자격사로 보험사고의 손해액 및 보험금을 사정 및 보상하는 직무를 수행하며, 보험사고 발생시 그 손해약을 평가하는 일을 하는 보험관련 관리자를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사고나 재해가 발생시 손해액과 보상금액을 산정하는 전문가이다.
이들은 민영보험사 소속으로 직원으로 근무하거나 외부 손해사정법인 소속으로 일하기도 한다. 외부 법인인 경우 보험사로부터 위탁받은 업무를 처리하거나 법인 및 개인사무소를 운영하면서 피보험자나 피해자로부터 일을 직접 받기도 한다. 이들은 각각 위탁손사 및 독립손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데, 이들이 모인 곳이 바로 ‘한국손해사정사회’이다.
“손해사정사들이 아직 다 모이지는 않았어요. 법인격인 위탁손사 45개사와 독립손사는 150개사가 회원이지만, 추가 가입할 수 있는 위탁손사와 독립손사가 200여개 정도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또한 원수보험사와 그 자회사들도 아직 가입 의향 타진 단계에 머물러 있어요.”
법인격인 위탁손사가 손해사정사회로 가입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2년 전에 위탁손사들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바로 힘을 모으기 위해서다. 보험사들이 자회사로 설립한 손해사정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무리한 업무를 요구하는 등 이른바 ‘갑의 횡포’에 이 곳을 찾아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은 올해 손해사정사회의 주요 사업계획은 제도개선 및 협회기능 활성화, 회원 증대 등으로 정했고,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감독원과 함께 제도개선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감원도 이미 보험사의 손해사정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 불공정 계약 등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이는 손해사정 품질 악화 및 독립성 저하를 초래해 보험금 지급과정에서 소비자 권익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보험금 지급에 대한 불만이 증가하고 이는 보험산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보험 민원 분쟁의 1/3 이상은 보험금 지급과 관련이 높았다.
보험금 지급과 관련된 민원 건수 및 비중은 2010년 1만3017건(32.3%)에서 2011년 1만5394건(37.7%)로 늘었고, 2012년에는 1만8743건(38.7%)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김 회장은 “민원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민원 증가에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하면서 “그 민원을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고, 그 부분을 손해사정 단계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보험업계 및 정비업계, 손해사정사 관련 이슈 산적
실제 보험업계의 큰 골머리 중 하나는 바로 민원이다. 이를 어떻게 줄이겠다는 걸까. 김 회장은 이를 위한 해결 방법을 좀 더 근원적으로 접근했다. 민원 전단계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손해사정사들은 사고 현장에서 없어서는 안될 사람들이기도 하다. 삼풍백화점 붕괴, 태안반도 유류 유출, 대구 지하철 사고 등 굵직한 국가재난사고 현장조사에는 독립손해사정 컨소시엄이 구성되어 실무 작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이들을 만날 수 있는 접점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그간 손해사정사들이 자체적으로 홍보를 하거나, 병원, 변호사, 보험대리점(GA) 등을 통해서 연결이 가능했다.
김 회장은 이를 공식적인 루트로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일반인과 손해사정사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서 민원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미 손해사정사회는 5대 운영위원회를 꾸리기 시작했다. 제도개선 및 자율규제, 손해사정심의, 교육연수, 운영위원회가 이미 사업계획을 수립했다.
“내가 자동차사고 당사자라면 보험사에서 담당자가 붙겠지만, 피해자가 된다면 누구한테 물어봐야할지 잘 모르잖아요. 이런 상담을 손해사정사회가 무료로 제공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이 외에도 손해사정사회는 내외부적으로 해결해야할 이슈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손해보험업계와 정비업계의 오래된 이슈인 정비수가 관련 문제, 앞서 언급한 보험사와 손해사정사 간의 문제 등이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물론 보상업무에 누구보다 잔뼈가 굵은 김 회장이다. 그는 한국자동차보험(現 동부화재)를 시작으로 동양화재(現 메리츠화재) 보상지도과장으로 일하다 10년 동안 독립손사업체를 운영, 2000년에는 메리츠화재 보상지원부장 및 보상본부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파란손해사정의 고문이기도 하다.
“민원이 민원을 낳고 있어요. 민원이 만능은 아닙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보험과 관련 억울한 소비자들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민원은 줄어들 것이고, 민원으로 연동된 보험사 평가도 당연히 좋아지게 될 거예요. 정비업계와의 이슈 해결도 마찬가
[매경닷컴 이미연 기자]
[He is...]
-1981 한국자동차보험 입사
-1983~1991 동양화재(現 메리츠화재) 보상지도과장
-1991~2000 독립손해사정업 (백두손해사정법인)
-2000~2010 메리츠화재 복직, 보상지원부장/보상본부장
-2010~2014 파란손해사정(주) 고문, 한국손해사정사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