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5월 08일(06:03)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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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외 펀드를 운용해온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수십억원대에 달하는 국세청의 부가세 추징 결정에 반발, 조세심판원을 통한 불복 심판 청구에 나서기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조세당국이 잇따라 깐깐한 '잣대'로 사모펀드(PEF)들에 대한 대규모 세금 추징에 나서면서 정부가 추진중인 PEF를 통한 인수합병(M&A) 활성화 정책에도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틱, "동일 투자대상 국내 펀드 면세 감안시 형평성 어긋나"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말 서울지방 국세청으로 부터 역외펀드(PEF) 관리보수에 대해 54억원의 부가세를 추징당한 것과 관련 조만간 조세심판원을 통해 심판 청구에 나서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이와 관련 스틱은 법무법인, 회계법인 등과 최종 의견을 조율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가 된 국세청 부가세 추징대상은 오릭스스틱코리아테크펀드와 세컨더리2B펀드, TFO/STIC Co-Investment Fund, SSF Capital Sdn. Bhd 등 스틱이 운용중인 4개 역외 사모펀드의 관리수익으로 지난 2006년 부터 7년치를 한꺼 번에 소급 적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스틱측은 국내 펀드의 관리보수에는 부가세를 추징하지 않는 만큼 역외 펀드 추징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특히 해당 펀드들은 국내에 등록된 다른 펀드와 동일한 투자대상에 대해 일정 비율의 '매칭' 방식으로 투자한 만큼 국내 펀드만 면세하고 해외펀드에만 세금을 부과한다는 건 논란의 여지가 크다는 주장이다.
◆국세청, "국내 운용사 역외펀드 면세대상 해당 안돼"
반면 국세청은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한 역외사모펀드가 부가가치세법의 면세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현행 부가세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집합투자업·사모투자전문회사는 부가세를 은행 등 다른 금융사와 같이 부가세를 내지 않는다. 하지만 세무당국은 금융감독원에 등록되지 않은 역외사모펀드는 사모투자회사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역외펀드는 국내 운용사가 케이먼 등 조세피난처를 거점으로 해외투자자를 유치해 국내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스틱은 물론 상당수 외국계 PEF가 이 같은 형태로 펀드를 운용하면서 관리보수를 받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은 외국계의 경우 한국법인을 두고 영업하는 것이어서 스틱처럼 과세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국내펀드 역차별"
국내 투자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국내펀드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부가세법의 '영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부가가치세에는 '소비지국 과세원칙'이 적용된다. 기업이 재화·용역을 통해 창출한 가치에 대한 세금은 소비자가 거주하는 지역에서 과세한다는 내용이다. 외국인 여행자에게 출국 시 부가세를 환급해주는 것도 이 같은 원칙을 근거로 한다. 이 원칙을 PEF 운용사에 적용하면 스틱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다. 펀드 운용사가 해외에 있는 유한책임사원(LP)에게 '용역’을 제공했기 때문에 국내에서 부가세를 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외펀드에는 국내 LP도 다수 포함돼있어 허점이 있다는 반론도 지적되고 있다.
◆세무당국 엇박자…M&A 활성화 '찬물'?
이런 가운데 금융투자(IB)업계에서는 국세청이 지난해부터 보인 일련의 행보가 정부의 M&A활성화 정책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사후등록제 도입 등으로 PEF의 기업 인수·합병(M&A)을 촉진하는 상황에서 국세청이 반대로 PEF에 족쇄를 채운다는 지적이다.
앞서 대전지방국세청은 지난해 말 오비맥주를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보유하면서 배당을 받아 대출을 상환한 외국계 사모펀드 KKR과 어피니티에 1500억원의 소득세를 부과했다.
세무당국은 이들 PEF가 오비맥주 인수를 위해 국내에 세웠던 페이퍼컴퍼니 '몰트홀딩’을 국내법인으로 볼 수 없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배당을 해외에 반출하지 않고 국내 은행에서 빌린 인수금융 상환에 사용했는데도 소득세를 과세한 것을 두고 세무당국의 '무리수’라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두 PEF는 이 건과 관련해 국세심판원에 불복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IB업계 관계자는 "국세청이 세수보전을 위해 세법을 급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면서 "세무당국의 논리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LBO방식의 M&A와 역외사모펀드 설립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한쪽에서는 M&A를 활성화하겠다고 하고 뒤통수를 치는 식으로 혼선을 주면 해외투자자의 발길이 끊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두순 기자 /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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