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이 급격한 원화 강세 앞에서 결국 구두 개입에 나섰다. 지난 7일 달러당 원화값이 1020원대를 넘어선 이후 사흘간 원화 강세 기조가 이어지자 더 이상 환율 쏠림현상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9일 달러당 원화값이 1021원까지 급등했는데 이대로 둘 경우 1020원 선이 붕괴되면서 조만간 세 자릿수 환율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9일 오후 1시 21분 최희남 국제금융정책국장 명의 메시지를 통해 "정부는 최근 환율 움직임과 관련해 외국인 자금 유입,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 등에 있어서 투기적 요소가 있는지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7일 이후 사흘 연속 시장의 쏠림현상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 같은 동인이 무엇인지를 보면 정상적인 자금 흐름인지 의문"이라며 "외국인 채권자금과 역외 NDF 등이 원화값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쏠림현상이 지속되면 당국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급격한 원화가치 강세 앞에서 정부는 섣불리 시장에 개입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한국 경제를 유독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긴축적 통화정책'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또 세월호 사고 여파로 소비가 크게 위축되면서 원화가치 강세가 수입품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소비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며칠 동안 급격하게 원화가치가 오르면서 1020원 선 돌파를 눈앞에 두게 되자 정부는 비정상적 쏠림으로 판단하고 결국 구두개입에 나선 것이다.
같은 날 열린 한은 금통위에서 이주열 한
한편 지난달 10일에 이어 한 달 만에 기재부가 구두개입에 나선 시점이 한은 금통위 개최 시점과 일치한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매파로 불리는 이주열 총재의 입을 빌려 함께 환율 개입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범주 기자 /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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