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형 펀드 환매 열풍 속에서도 올해 들어 1조원, 지난 1년 간 2조원 이상 자금을 끌어모았던 롱숏 펀드. 롱숏 펀드의 지난 한 달 간 수익률은 0.17%에 불과하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1년 간 수익률도 3.41%까지 떨어졌다.
지난 4개월 간 총 85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된 가치주와 배당주 펀드도 연초 이후 수익률이 1%에 채 못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내놨다. 이들 펀드는 시장 방향성과 관계없이 박스권과 하락장에서도 연 7~8% 수익을 달성하는 '절대수익형 상품'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어 투자자들의 실망감은 더욱 크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너무 커진 펀드 사이즈가 오히려 이들의 발목을 잡았다고 분석한다.
롱숏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선 요즘 "공매도를 하려고 해도 도통 대차 물량을 확보할 수가 없다"는 불만이 쏟아져나온다.
롱숏 펀드는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매수하고(Long) 주가가 내릴 것 같은 종목 주식이나 지수선물을 공매도하는(Short) 전략을 활용해 수익을 추구한다. 공매도 전략을 구사하려면 주식을 빌려 매도해야 하는 만큼 대차 물량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대차 물량이 공매도 수요 증가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어 펀드 운용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롱숏 펀드 중 상당수가 유상증자나 기업 인수ㆍ합병 등 특수한 이벤트를 주식 매수 및 매도 기회로 활용하는 '이벤트 드리븐(Event-Driven)' 전략을 동일하게 쓰고 있다"며 "동일한 전략을 쓰다보니 특정 종목에 대차 수요가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펀드 간 수익률 차별화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8일 기준 국내에 출시된 롱숏 펀드 가운데 90% 이상이 연초 이후 수익률 -2~2% 사이에 분포하고 있다.
국내시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자산운용사들은 한ㆍ중ㆍ일 롱숏 펀드 등 해외 상품을 개발해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해외 운용 경험이 많지 않은 국내 펀드들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구심이 높다.
지난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던 가치주와 배당주 펀드는 알짜 중소형주와 배당주에 대한 투자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수익률이 둔화되고 있다. 한투밸류, 신영운용, KB자산운용의 경우 1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종목이 수십 개에 이른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대표는 "가치주와 배당주의 경우 그간 펀드로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유동성의 힘으로 수익률을 끌어올린 측면이 적지 않다"며 "중소형주 주가가 어느 때보다 비싸진 상황에서 펀드 자금 유입 속도가 둔화될 경우 수익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형주나 경기민감주에 비해 비싸진 주가도 부담이다.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지면서 일부 가치주 펀드는 중소형주 비중을 낮추고 대형주나 경기민감주 비중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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