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4월 30일(06:03)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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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패키징사업부, 테크팩솔루션 등 잘 나가는 패키징 업체들이 인수합병(M&A) 시장에선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둘 다 매물로 나온지 수개월의 시간이 흘렀지만 새 주인을 찾지 못해 매각 작업 자체가 무산될 위기다.
29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효성그룹은 패키징사업부를 매각하기 위해 스탠다드차타드 사모펀드(SC PE)와 단독 협상을 벌였지만 서로 조건이 맞지 않아 매각 철회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협상 기한이 끝난지 한 달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효성측에서 아무런 결론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사실상 딜이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효성은 패키징사업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SC PE를 선정해 일종의 수의계약 형태로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인수가격 등 SC PR가 제시한 인수조건 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협상기한이 만료된 상태다. 효성은 패키징사업부 매각 가격으로 5000억원대를 원했지만 SC PE측은 4000억원 초반대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 패키징사업부는 주로 주스·음료용 페트병과 하이트맥주의 맥주 페트병 등을 생산하는 효성의 알짜 사업군이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30.5%로 업계 1위다.
IB업계에선 효성이 매각에 성공하려면 다시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효성 패키징사업부는 수익성이 좋고 시장 전망이 밝아 사모펀드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매물"이라며 "다시 공개경쟁 입찰 방식으로 딜을 재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종사모펀드 MBK가 보유한 음료 포장용기 제조업체 테크팩솔루션의 매각 작업 역시 지난 10월 티저레터(Teaser Letter·매각 안내서)가 발송된 후 수개월째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상태다.
테크팩솔루션은 유리병, 알루미늄 캔, PET병 등 세가지 종류의 음료 포장재를 모두 만드는 국내 유일한 업체다. 당초 국내 포장재 제조업체 한일제관을 비롯해 미국기업인 오언스 일리노이, 렉삼 비버리지 등이 예비입찰에 참여해 인수전 흥행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검토 후 매각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한 인수 후보들이 소극적인 자세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이 지연되자 3개 사업부를 쪼개 매각하는 방안이 잠시 거론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다시 복수의 인수후보들과 3개 사업부를 통째로 넘기는 형태로 최종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 인수후보들은 여전히 약 4000억원대로 책정된 매각가격이 비싸다고 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3개의 사업부 중 한 두 곳에만 관심이 있는 기업들이 많다"며 "분리 매각을 추진하는 쪽이 인수후보와 협상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측 관계자는 "사업부 분할 매각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인수후보들과 매각금액을 최종 조율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곧 매각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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