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4월 28일(06:04)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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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금융투자업계의 지형을 뒤흔든 오비맥주 매각이 자문사들의 실제 참가 여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외국계 증권사들의 실적부풀리기에 업계가 혼탁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비맥주 매각건은 거래금액 6조2350억원 규모로 상반기 인수·합병(M&A) 자문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초대형 딜이다. 모간스탠리와 씨티증권, 도이치방크, 라자드 등이 이 딜을 도왔다. 시장에 큰 변수가 없다면 사실상 올해 최대 거래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오비맥주 단건으로 연간 순위까지 결정될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이미 '외국계 IB가 한국 시장을 장악했다'는 찬사 아닌 찬사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오비맥주 매각이 자문사들에게는 '빛좋은 개살구'라는 평가도 없지 않다. 거래금액은 크지만 실제로 재무자문사가 할 역할은 크지 않다는 얘기다.
오비맥주 딜은 2009년 글로벌 맥주기업인 안호이저 부시 인베브(ABI)가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KKR과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회사를 매각했다가 5년만에 되사는 거래다. 2009년 매각에서 약속된 콜옵션을 ABI가 행사하는 것이어서 재무자문사가 도울 일이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단순한 딜에 글로벌 증권사 넷이나 뛰어들었다는 것은 코미디"라며 "인수구조를 새로 짜거나 거래상대방과의 첨예하게 대립하는 일이 없어 재무자문사 없이 회계사와 변호사만 데리고도 충분히 가능한 거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거래참가자의 M&A 역량을 고려하면 실제로 자문사들이 맡은 업무는 미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드와이저·벡스 등 거대 브랜드를 M&A를 통해 사들인 ABI나 글로벌 PEF인 KKR·어피니티가 자체 인력으로도 충분히 거래를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상이 이렇게 되자 IB업계에서는 거래에 참가한 일부 자문사를 두고 '실제로 참가하지 않았다'거나 '자문료를 받지 않았다'는 소문이 계속 돌고 있다. KKR과 어피니티의 매각을 도운 모간스탠리·씨티증권이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ABI측 인수자문을 맡은 라자드에 대한 의심도 있다. 실제로 거래에 참가했던 한 관계자는 "라자드 쪽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사자들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아니 땐 굴뚝'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거래에 참가했던 관계자들 사이에서 "(거래과정에서)접촉이 전혀 없었다"는 말이 끊임없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래당사자들은 "두 곳 모두 매각과정에 참가한 것은 사실"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끝난 딜에 대한 구설이 끊이지 않는 것은 외국계 증권사의 이 같은 일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문사로서의 역할은 미미한데도 버젓이 리그테이블에 이름을 올리는 외국계의 행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것. 시장에서 리그테이블이 자문사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잣대인 점을 악용한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외국계 자문사들이 다수의 역외(크로스보더)거래에서 실적부풀리기를 위해 '바터‘를 주고받는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외국계가 수수료도 얼마 안되는 거래도 업계 순위를 뒤흔들고 있는 모양새가 한국의 IB시장을 우습게 만들고 있다"며 "정량평가의 한계를 인정하더라도 일부 회사의 행태는 정도를 지나쳤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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