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국내 산업 가운데 환율 민감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자동차 업종 주가는 이날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이날 현대차 주가는 전일 대비 0.21% 상승한 23만4000원, 기아차는 0.17% 상승한 5만7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0.23%(4.49포인트) 하락한 1964.77로 마감하며 소폭 하락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원화 강세 충격에도 불구하고 낙폭이 작아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신흥시장에 대한 외국인 자금 유입 규모가 다소 줄어들면서 외국인이 이틀째 순매도를 이어간 영향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외국인 매수세가 원화 강세와 추세적으로 같이 움직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매도세로 급격한 전환이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원화 강세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감소한 데는 자동차 업종의 원화 강세에 대한 내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주가 추이를 분석해 보면 과거 원화 강세기보다 자동차 업종 체력이 강해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원ㆍ달러 환율이 1100원대에서 1050원까지 밀릴 때 기아차 주가가 6만원 후반에서 5만원 초반으로 급락했다. 그러나 원ㆍ달러 환율이 1050원대로 내려간 이달 1일과 비교해 기아차 주가는 5만9700원에서 5만7700원으로 3.4% 떨어지는 데 그쳤다. 현대차도 25만1500원에서 23만4000원으로 6.9% 하락했다. 기본적으로 현대ㆍ기아차 국외 생산 비중이 지난해 54.9%를 기록하는 등 국외 생산이 환위험 헤지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환율 변화에 영향을 받는 부분은 '국내 생산ㆍ수출' 물량인데 현대차는 24.7%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엔 환율 문제만 발생하면 자동차 업종 투자 심리가 관성에 의해 요동친 반면 요즘은 지켜보자는 투자자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제네시스 쏘나타 등 신차 효과도 자동차 업종이 지금까지 주가를 방어할 수 있게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1분기 현대차 매출(1~3월)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 늘어난 21조6490억원, 영업이익은 3.7% 늘어난 1조9384억원이었다. 일단 금융투자 업계에선 2분기에도 현대ㆍ기아차는 환율 부담을 신차 효과로 상당 부분 상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수홍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 자동차 업체 성수기가 오면 LF쏘나타 등 신차 효과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여 환율 리스크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보다 기아차에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코스피가 반등하기 시작한 지난 2월 이후 외국인은 현대차를 3645억원 순매도한 반면 기아차는 2875억원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현대차를 팔고 기아차를 산 이유는 올해 1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치를 더 잘 충족했기 때문으로 판단했다. 또 환율 문제 때문에 기아차 주가가 지난해 많이 떨어져 저평가됐다는 점도 매력 요인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종뿐 아니라 국내 증시 전체적으로도 원화 강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원화 강세 기조가 이어지는 것은 최근 한 달간
[박승철 기자 /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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