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호조로 달러 공급이 늘고 외환 당국도 원화값 상승을 어느 정도 용인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현대경제연구원 등 민간연구소들은 최근 원화값이 5%가량 고평가됐다는 분석을 내놓아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날보다 4.4원 상승한 1030.6원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이었던 2008년 8월 8일 원달러 환율 1027.9원을 기록한 이후 5년8개월 만에 1020원대 진입에 바짝 다가섰다.
지난 8일 1054.9원이었던 달러당 원화값은 불과 나흘 만에 18.9원 급등해 지난 11일 1036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이후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으로 1040원 선을 회복했지만 3주 만에 다시 1030원대 초반까지 원화값이 상승했다. 이날 100엔당 원화값도 장중 전날보다 7원 이상 상승해 1004.68원을 기록하는 등 엔화값 대비 원화 강세 기조도 이어졌다. 한동안 원화값을 1030원 선에서 막아왔던 정부도 이날 외환시장 움직임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변수들이 쏟아졌다. 북한이 이날 오후 2시께 서해 북방한계선 이북 해상에서 해상사격 훈련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정학적인 위험을 높였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한국 주식 1590억원을 순매도했다. 하지만 수출 호조로 많은 달러가 들어오면서 이 같은 재료들을 상쇄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발표한 '2014년 3월 국제수지(잠정)'에서 지난달 경상수지 흑자는 73억5000만달러로 전달(45억달러)보다 28억5000만달러 늘었다고 밝혔다. 1분기 경상수지 흑자는 151억3000만달러에 달한다. 경상수지 중 수출입을 기초로 계산되는 상품수지 흑자는 80억4000만달러로 2월(54억달러)보다 늘어났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작년 4월 수출액이 낮았던 탓에 기저효과로 인해 올해 4월은 수출 증가율이 가파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상 최대 수출실적까지는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작년 3월까지 26개월째 무역흑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29~3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어 양적완화 규모를 100억달러 줄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같은 전망이 원화값 상승세를 가로막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박윤수 기자 / 김유태 기자 /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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