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4월 25일(06:0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레이더M 기사 더보기>>>
'회사채시장에서 사라진 롯데그룹을 찾습니다.'
공모 회사채시장에서 롯데그룹이 자취를 감췄다. 최근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한 기업 회사채 발행조건이 개선되면서 대기업들이 앞다퉈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는 가운데 유독 롯데그룹은 시장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롯데 계열사들이 돈이 넘쳐나 회사채 시장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다. 공모채 시장에서 모습을 감춘 롯데그룹은 '은밀한' 사모방식으로 진행되는 기업어음(CP) 등 단기자금시장에서 활발히 자금을 조달하는 중이다.
롯데쇼핑은 수천억원 규모 CP를 발행하고 상환하는 방식으로 자금 수요를 충당하고 있다. 최근일 기준으로 롯데쇼핑이 조달하고 있는 CP는 총 4000억원 규모다.
이밖에 롯데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를 포함해 롯데건설·롯데하이마트 등 롯데그룹 주력 계열회사들도 공모 회사채 시장보다는 CP 시장을 활용하는 모습이다.
호텔롯데는 최근일까지 2900억원, 롯데하이마트는 900억원 규모 CP 발행잔액이 남아있다. 모두 만기 도래한 CP를 차환하는 형태로 자금을 활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특히 호텔롯데는 CP를 포함해 지난달 사모 회사채 시장에서 1000억원을 조달했다. 최대한 공모채 발행은 기피하는 모습이다.
IB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롯데그룹 내 계열회사들이 공모 회사채 시장을 피하는 이유가 최근 연이어 롯데그룹에 발생하고 악재들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최근 발생한 악재가 회사채 수요예측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롯데그룹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롯데쇼핑은 대표이사가 비리에 휘말리고 롯데물산·건설은 제2롯데월드에서 사고가 종종 발생하는등 악재요인이 많다"고 지적했다.
롯데그룹 핵심 계열회사인 롯데쇼핑은 신헌 전 대표 비리혐의가 발생해 떠들썩한 상태다. 회사채 발행을 시도할 경우 평판리스크 탓에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 성공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롯데물산과 롯데건설은 롯데그룹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제2롯데월드 건설 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계속되면서 예상했던 제2롯데월드 조기개장이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제2롯데월드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인 시각이 주를 이루면서 두 회사는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기관투자자 자금을 유치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방증하듯 지난해 11월 롯데물산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단 한 건의 기관 참여도 이끌어내지 못한 바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롯데그룹에 대한 정보공개 요구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도 롯데그룹이 회사채 시장을 피하려는 이유로 지목된다.
특히 이 부분에서 가장 민감한 기업은 호텔롯데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호텔롯데가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호텔롯데 최대주주이자 일본 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롯데홀딩스에 대한 주주정보가 불투명하다며 증권신고서 수정을 요구했다. 호텔롯데 주주는 대부분 일본계로 실체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금융당국은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구체적인 주주 정보 공개를 요청했다.
그러나 호텔롯데는 최대주주인 롯데홀딩스에 대한 간략한 정보만 추가로 기재했을 뿐, '일본 주식회사L 제4투자회사'(15.8%), '일본 주식회사L 제9투자회사(10.5%)', '일본 주식회사L 제7투자회사(9.5%)', '일본 주식회사L 제1투자회사(8.7%)', '일본 주식회사L 제8투자회사(5.8%)' 등 5% 이상 주요주주 정체는 밝히지 않았다.
호텔롯데가 공모사채 시장에 나올 경우 금융당국이 더 구체적인 정보 요구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에따라 민감한 정보 요구를 받아들이면서까지 호텔롯데가 공모 회사채를 발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게 전반적인 시장전망이다.
[서태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