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글로벌 화장품회사 엘리자베스 아덴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의도 증권가에서 나온 평가다.
36분기 연속으로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대기록'이 올해 1분기 깨져 성장성에 물음표가 붙은 데다 생활용품ㆍ화장품ㆍ음료의 3개 축 가운데 유독 화장품 사업부가 고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 아덴 인수가 최종 성사될 경우 주가도 재평가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글로벌 매체가 모두 엘리자베스 아덴 인수건을 보도할 만큼 LG생활건강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이 높아진 상태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엘리자베스 아덴 측이 골드만삭스를 매각 주간사로 정하고 몸값 높이기에 들어갔다고 후속 보도를 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꺾이기는 했지만 차석용 부회장이 대표이사에 취임한 2005년 이후 LG생활건강 주가는 20배 가까이 뛰었다. 비결은 12차례에 걸친 인수ㆍ합병(M&A)이다. 글로벌 화장품 업체 로레알이 1996년부터 2011년까지 '메이블린' '보디샵' 등 총 31건의 M&A를 통해 세계 1위로 우뚝 선 것과 빼닮은 점이 있다.
1947년 LG그룹의 뿌리인 락희화학공업사로 출발해 2001년 LG화학과 법인 분할에 따라 지금의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LG생활건강은 치약, 세제 등 생활용품 시장에서는 1등 자리를 확고히 해왔다. 차 부회장은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한 전략으로 M&A를 택했다.
2007년 코카콜라음료를 시작으로 음료부문에서는 다이아몬드샘물, 해태음료, 영진약품 드링크사업부 등을 인수했다. 다이아몬드샘물은 생수, 해태음료는 비탄산 음료, 영진약품 드링크사업부는 기능성 음료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기존 사업의 취약한 부분을 점점 보강해 나가는 형식이었다.
2012년에는 일본 화장품 텔레마케팅 회사 긴자스테파니, 작년에는 일본 건강식품 텔레마케팅 회사 에버라이프와 캐나다 보디용품업체 푸르츠앤드패션(Fruits & Passion) 등을 사는 등 글로벌화에 집중해왔다. 금융투자(IB)업계에서는 LG생활건강이 국내외 유명 연기금과 함께 엘리자베스 아덴 인수에 나선 것이 새로운 도전이라고 평가한다. 그동안 대부분 단독 인수에 나섰지만 이제 더 큰 물로 나가기 위해 연기금과 손잡았다고 보는 것이다.
LG생활건강은 그동안 회사 인수 후 통합작업에서도 국내 최고 수준을 보여줬다. 첫 M&A 작품인 코카콜라음료를 1년 만에 흑자 회사로 탈바꿈시킨 게 대표적이다.
이번 인수가 성사된다면 LG생활건강은 덩치와 이름값의 동반 상승을 꾀할 수 있다. 우선 양사의 작년 기준 매출을 따져보면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사업부문은 약 1조6000억원, 엘리자베스 아덴은 약 1조4000억원(13억4500만달러) 규모다. 또 판매망이 대폭 확장되는 효과도 예상된다. 엘리자베스 아덴은 전 세계 120여 개국에 판매망을 두고 있어 아시아권에 집중된 LG생활건강의 수출 증대에 적잖은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인수 성사로 LG생활건강이 얻을 수 있는 자산은 강화된 브랜드 파워다. 1910년 창업돼 글로벌 화장품의 역사와 궤적을 같이한 엘리자베스 아덴의 브랜드 파워는 산출적으로 따지기 어려울 정도다. 이는 명품업계에선 매출 규모 같은 지표와는 완전히 별개 얘기다. 실제 국내 화장품업체인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매출이 3조원을 웃돌지만 브랜드파워 측면에서 글로벌 명품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하지만 이번 딜이 성사되려면 넘어야 할 고비가 많은 만큼 시장은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M&A 추진 소식이 알려진 23일 LG생활건강 주가는 3.13% 뛰었지만 이후 이틀 동안 5.05% 빠지면서 관망
[조시영 기자 / 오수현 기자 /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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