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4월 23일(06:04)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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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빌리기 어렵네."
회사채 시장 양극화에 따라 공모발행이 어려워진 A급 이하 및 취약업종 기업들이 사모사채, 유동화증권(ABS) 등으로 직접조달 수단을 대체하고 있다. 공모사채 시장은 AA급 이상 우량기업과 일부 공모가 가능한 A급 기업들의 전용창구 신세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과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기업의 사모사채 발행 규모는 총 5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7000억원) 대비 118% 증가했다. 발행잔액도 4월 현재 11조7000억원으로 저점이었던 2012년(5조2400억원)에 비해 123.3%나 늘었다. 지난달 발행액은 7128억원으로 최근 1년 사이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는 AA급 기업의 사모발행도 두드러지고 있다. 대림산업(신용등급 AA-)과 OCI(AA-), CJ제일제당(AA) 등 실적과 재무구조 악화, 오너 리스크 등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주로 사모시장을 이용했다. 이들이 사모시장에서 조달한 자금 규모는 총 2300억원에 이른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12년 이후 공모시장이 악화되면 사모 발행이 늘고 공모시장이 개선되면 사모발행이 줄어드는 등 공모사채의 대체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공모시장 양극화는 당분간 해결되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에 사모사채 시장 확대 추세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AA급 이상의 우량 금융사와 공기업이 점령하다시피하고 있는 ABS 시장에서도 공모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은 일반기업의 자금조달이 이뤄지고 있는데, ABS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으로 매출채권을 담보로 대규모 ABS를 발행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5000억원 규모의 매출채권 ABS 발행에 성공했고 아시아나항공 역시 2000억원 규모의 ABS 발행을 추진 중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은 각각 A-와 BBB+로 계열 위험 등에 얽혀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다. 이밖에도 한진중공업 등 우량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은 기업들이 ABS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일반기업의 공모사채 발행규모는 2011년 61조8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2년 57조2000억원, 2013년 41조6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불거지기 시작한 미국 테이퍼링 축소 이슈와 STX 및 동양사태로 시장 불안이 극에 달하면서 등급간 양극화가 확대된 탓이다.
발행규모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었지만 AA급 이상 회사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59%에서 지난해 76%로 확대됐다. 올 들어서는 연초 공사채 부족으로 인해 우량채 발행이 봇물을 이루면서 AA급 이상 우량채 비율이 2월 현재 86%로 늘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공기업 부채 관리 이슈에 따라 공사채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우량채 발행이 증가한 측면이 있다"며 "전반적으로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고 보기에는 이르지만 최근 A급 발행이 증가하는 등 시장에 우호적인 신호들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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