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저금리 장기화로 금융권에 어두운 그림자가 짙에 드리운 가운데 은행권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순이자마진(NIM) 하락과 수익성 악화 전망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국내 중소기업과 가계 대출금리를 낮추기 위한 정부의 채무자 친화적 정책과 은행업계의 경쟁심화로 순이자마진이 추가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건설·해운 등 취약업종과 높은 가계부채로 충당금 압력이 이어지면서 은행의 비용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서는 지난해부터 희망퇴직 등 감원 모드로 돌입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한국 SC·한국 씨티 등 7개 대형은행의 행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7만8552명으로 전년도와 비교해 646명, 0.82% 줄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파산 및 합병 등의 큰 요인이 없었으나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각 은행들이 인력감축에 나서고 있다"며 "향후 업무 자동화까지 맞물려 감원 바람이 거세게 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최근 외국계 은행을 중심으로 지점 통폐합 작업이 본격화 하고 있는 실정이다.
씨티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 외국계 은행들은 연내에 100여개 지점을 폐쇄할 방침이다.
국내 소매금융의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강도 높은 지점 및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연내 50여개의 점포를 정리할 방침이다.
지난해 말 343개였던 지점수는 현재 326개로 줄었다. 올 들어 서울 목동트라팰리스점, 안국역 등 출장소를 모점으로 흡수시키는 등 17개를 폐쇄했기 때문이다.
씨티은행의 경우 대규모 지점폐쇄와 구조조정으로 노사간 법정 다툼을 예고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씨티은행 노조는 국내 190개 지점중 3분의 1인 56개 지점을 폐쇄하겠다는 씨티은행의 '영업점 합리화 계획'을 중지시켜 달라며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노조의 가처분 신청은 5월 9일로 예정된 씨티은행의 수원역·경서동·도곡매봉·압구정미성·이촌중앙 등 5개 지점의 폐쇄작업을 그만둘 것을 요구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지난 8일 국내 190개 지점중 약 3분의 1인 56개를 폐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처분 신청대상 5개 지점은 이중 먼저 폐쇄될 운명의 지점들이다.
앞서 씨티은행은 이들 5개 지점에 이어 신용산·신기·종로·간석동·용현동·이매동·정자동·부천서(西)·계산동·부산 등 10개 지점을 5월 23일 추가적으로 폐쇄할 예정이다.
2013년 말 은행권 전체 점포 수는 7797개로 전년 대비 38개 줄었다. 은행권 점포 수 감소는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이 몰아친 2009년 이후 4년만에 일이다.
여기에다 금융감독원장과 한국은행 총재 등 금융수장들이 연봉 7000만원을 자진 삭감하며 금융권 연봉 삭감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금감원장과 한은 총재의 연쇄적인 연봉 삭감은 은행 등 금융사들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4대 금융그룹 회장들은 감독당국 요구에 따라 연봉을 최대 40% 삭감키로 한 상황.
삭감된 것은 연봉뿐 만이 아니다. 지난해 은행권에서 집행하는 광고비용도 6%정도 감소했다.
국내 15개 은행의 지난해 감사보고서(개별 기준)를 분석한 결과, 광고선전비는 모두 4702억6500만원으로 2012년 4989억8500만원에 비해 5.8% 줄었다. 이는 광고선전비를 감사보고서에 따로 공시치 않는 KB국민은행을 뺀 수치다.
15개 은행의 평균 광고선전비는 313억5100만원으로
이와 관련 은행권 관계자는 "불황 타파를 위해 1인당 수익성을 최대한 높인다는 게 각 은행들의 경영목표라고 보면 된다"며 "이에 따라 인원감축과 지점폐쇄, 본사조직 슬림화 등 줄일 수 있는 것은 모두 줄이는 '내핍경영'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경닷컴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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