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준 하나은행장이 잔여 임기를 채우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다만 적법한 제재 절차에 따른 결정에 대해서 외부에 왈가왈부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22일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김 행장 거취 문제에 대해서 이렇게 정리했다. 김 행장은 지난 17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하나캐피탈 사장 재직 시절 저축은행 부실 투자 건으로 문책경고 중징계를 받았다. 김 행장은 제재 직후인 18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내년 3월로 예정된 임기를 마치겠다고 밝혔다. 김 행장은 20일에는 보도자료를 내고 임기 완주를 공식화했다.
금감원은 보도자료까지 낸 것에 불쾌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당초 계획을 앞당겨 22일 오후 제재 내용을 공시했다. 과태료 관련 부문은 금융위원회 의결사항인데 한 달 안팎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제외하고 먼저 제재 내용을 외부에 공개한 것이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이 나서서 김 행장을 두둔하자 금감원은 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승유 전 회장은 이날 한 인터뷰에서 "금감원이 하나캐피탈 반복검사에 이어 민간 금융사 CEO에게 퇴진을 압박하는 데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금감원이 그렇게 한가한 조직인가"라고 비판했다.
금감원 제재 내용 공개안에 따르면 김승유 전 회장은 하나캐피탈의 미래저축은행 자금 지원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고, 하나캐피탈은 지분 투자에 대해 이사회 의결 절차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록도 허위로 작성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하나은행 측은 이번 일로 다른 유탄을 맞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당장 지난해 말 실시한 하나은행 정기검사에 대한 제재가 예정돼 있다.
[박용범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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