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4월 18일(14:25)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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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예측은 회사채 시장에서 합리적 가격 결정 기능을 수행하는 가장 중요한 제도다. 채권시장 수요와 공급을 적절히 매치해주는 제도로 잘 정착됐다고 본다. 한국 회사채 시장 규모는 세계 11위로 우리나라 경제수준에 버금가는 정도로 성장했는데 그에 걸맞는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회사채 시장에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된지 2년이 흘렀다. 대다수 회사채 시장 참여자들은 수요예측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도입 초기 극에 달했던 비판의 목소리도 제도가 보완되고 자리를 잡아가면서 상당 부분 수그러들었다.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 참여율이 높은 것은 발행사와 대표주간 증권사가 제시한 금리가 그만큼 합리적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과거 수요예측 도입 전에는 금리결정 과정에서 발행사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증권사와 투자자 모두 어려움에 직면했다. 증권사는 '수수료 녹이기' 관행과 출혈 경쟁에 시달렸고 투자자들은 만족스럽지 못한 금리로 회사채에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수요예측 도입 후 금리 결정 과정에 발행사와 투자자가 함께 참여하면서 시장금리와 발행금리 사이에 괴리가 거의 없어졌다"며 "이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과정을 통해 시장 참여자가 모두 납득할 수 있는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STX와 동양그룹 사태 이후 회사채 시장 안정화 방안의 일환으로 지난해 10월 시행된 제도 보완책이 수요예측 제도 정착에 크게 기여했다는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당시 개선책에는 희망금리밴드의 상단을 민평금리 이상으로 제시하도록 금융투자협회 모범규준을 개정하고 증권사가 인수금리를 사전에 확약하는 관행을 금지시키는 방안이 포함됐다. 또한 희망금리밴드 안으로 들어온 수요는 원칙적으로 유효수요에 포함시켜 발행사가 임의로 물량을 배제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관 투자자들이 수요예측 제도를 통한 가격 결정 프로세스에 한층 더 신뢰를 갖게 만드는 대책들이었다"면서 "최소한 수요예측을 의미 없는 과정으로 생각하는 기관들은 이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아쉬운 부분도 있다. 투자자와 발행사, 주관을 담당하는 증권사 모두 나름 불만을 토로한다.
발행사 측에서는 시장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추가 조치가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아울러 발행사들은 지난해 회사채 시장 충격 이후 과도하게 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는 금융감독원 때문에 자금 운용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는 입장이다.
일부 중소형 증권사에서는 수요예측 제도가 증권사들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낳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발행사들이 주간사를 선정하는 기준이 금리에서 인수 여력 등으로 바뀌면서 회사채 시장이 자본력이 큰 대형사 위주로 편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매일경제 레이더M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리그테이블 상위 5개 증권사가 대표주간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50.1%에서 2013년 58.2%로 증가했고 올해 1분기에도 56.3%를 기록했다.
한 중소형 증권사 기업금융 담당자는 "중소형사들도 충분히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랙레코드(누적 실적)에 발목이 잡혀 딜을 따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중소형사 DCM 부문은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고사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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